[명장에게 듣는다]대흥소프트밀 김대인 대표

▲ 대흥소프트밀은 제과·제빵설비 분야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김대인 대표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김 대표(가운데)가 연구소에서 직원들과 회사의 제빵기계로 만든 식빵을 선보이고 있다.(사진 이준상 기자)

제빵기계·설비 관련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흥소프트밀의 생산 현장에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 한 앳된 얼굴의 젊은 근로자들이 각종 설비를 조작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이가 비교적 많은 근로자도 30대 중반이다.
숙련 기술인력의 고령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제조 중소기업들과는 달리 대흥소프트밀에는 젊은 기술인들이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대인 대흥소프트밀 대표는 냉동설비 분야 대한민국 명장이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기업경영을 통해 평생 갈고 닦아온 자신의 기술을 젊은 인재들에게 전수하고 있는 셈이다.
대흥소프트밀은 ‘일학습병행제’ 1호 기업으로 지난 5년간 50여명의 젊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의 기둥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 뿐만 아니라 복지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을 위해 30여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마련했고, 또 회사 근처 원룸을 임대해 직원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100여명의 전 직원이 식사할 수 있는 대형 구내식당에서는 회사의 영양사가 준비한 영양가 높은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덕분에 대흥소프트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6세에 불과하고 이직률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 대표의 인생은 이처럼 ‘기술에 대한 집념’과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김 대표는 10대 중반에 서울 충무로에 있는 냉동설비업체 수습공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
그 후 창업 실패와 두번째 직장생활을 겪은 후 1989년 청계천에서 냉동기계업체를 직원 3명으로 창업했다.
초기에는 일감이 없어 주변 지인이 소개해준 용접일 등으로 버텨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대기업의 독일제 급속냉각기를 수리할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수리할 기술자가 없었는데 김 대표가 현장에서 고장 부위를 찾아내고 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등 수리에 성공했다. 결국 이 회사의 냉각기 유지보수 용역을 맡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제과·제빵기계를 만들었다. 냉동기는 제품 특성상 비수기와 성수기가 뚜렷하지만 당시 성장을 시작하고 있던 제과·제빵시장은 비수기가 따로 없었다.
특히 독일·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입해오던 ‘도우컨디셔너’의 핵심인 냉각장치는 김 대표의 전문분야였다.
빵 원료 해동 및 숙성장치인 도우컨디셔너는 냉동보관된 밀가루 반죽을 냉동, 해동, 저온발효, 고온발효 4단계를 거쳐 오븐에서 곧바로 구울 수 있도록 해주는 설비로 제빵과정에서 시간과 인력 절약에 큰 도움을 준다.

김 대표는 냉동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의 냉각방식에 변화를 주고 아날로그식에서 디지털 콘트롤러를 도입한 도우컨디셔너를 개발해냈다.
김 대표가 개발한 도우컨디셔너는 대형 제빵프랜차이즈에 납품하게 됐다. 이후 대흥소프트밀의 제빵기계 전문업체로의 변신과 도약이 시작됐다.

대흥소프트밀은 도우컨디셔너 이외에도 30여개 주변기기를 개발해 국내에서 제빵관련 기계·설비를 모두 생산하며 시스템화한 유일무이한 기술집약적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제빵 선진국인 일본에도 수출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엔지니어가 아니었다면 회사의 성장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30여년간 냉동기로 시작된 기술에 대한 집념과 인내가 결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인들에게 기술에 대한 집념과 함께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조언한다.
“중소기업들은 미래를 위해서는 인재 육성과 직원 복지를 우선해야 합니다. 사장인 내가 잘살기보다는 직원에 투자해야 합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5년만 지나면 품질향상·원가절감 등으로 투자 이상의 성과로 돌아온다는 것. 5년간 키운 인재는 회사의 기둥으로 성장하고 결국 이러한 인재육성이 사업의 보람이자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지난해부터 대한민국명장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다. 또 정부 등 관련기관에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김 대표는 “명장이 보유한 기술력은 국가적 자산이지만 정부는 명장이라고 선정만 해놓고 끝”이라며 “젊은 인재 육성과 기술전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명장들이 모인 명장회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장회가 숙련기술인 단체로 사회경제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이를 국가가 지원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또 중소기업중앙회와도 적극 협력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명장회는 최근 중기중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중소기업 인식개선과 인재양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한 대기업과 MOU를 맺고 현장 직원들의 멘토링을 명장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중기중앙회를 통해 중소기업들에게 기술 역량 강화, 인재육성 등에 대한 멘토링과 강연 등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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