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 사례는 단기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서 주로 일어나는 것이 사실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중소벤처신문은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른 이국 땅 한국에 와서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거듭 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 적응 과정을 시리즈로 게재해 불법체류자의 온상으로 알려진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76년에 설립, 모터사이클 엔진부품 생산을 시작으로 고속버스 및 특장차용 서스펜션 부품을 생산해온 (주)서울정밀(대표 김형구).
95년부터 독일의 ZF, 대우통신과 함께 승용차용 오토-트랜스미션 부품을 공동으로 개발한 이 회사는 대우자동차의 승용차 조립용으로 국내 및 해외공장에 전량 공급하고 있다.
98년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장애자 스쿠터 기어 개발에 성공해 해외수출 길을 텄고 초기 수출목표 200만달러를 시작으로 향후 3년 내에 1천만불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120여명의 종업원중 9명의 연수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동포다 보니 언어소통에 지장이 없어 작업습득 속도가 대단히 빠른 편입니다.”
파격적인 대우로 연수생 이탈률 ‘제로’에 도전하고 있는 서울정밀은 신규 연수생임에도 불구하고 고졸 초임 정도의 월급을 책정한다.
연수생과 첫 상담시 급여 리스트를 직접 보여주고 다음 해에는 얼마 정도의 인상효과가 있을 것을 미리 알려줘 한국생활을 스스로 설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여기에 내국인과 동일하게 500%의 상여금을 지급해 연수생들 사이에서 근무희망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출신 연수생 박경찬(23)씨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외국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갑작스런 운동에 따라 병원신세를 진 박경찬씨는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으나 100만원 정도의 소요비용이 걸림돌이 됐다.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박경찬씨를 위해 회사 직원들은 병원비 모금을 위해 임원회의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다행히 기협중앙회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을 받아 금전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박경찬씨는 회사의 배려로 수술 후에도 기숙사에서 병이 호전될 때까지 쉴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입국한 윤기홍(41)씨는 중국에서 농사를 짓다 한국 행을 택한 경우. 1만2천평 정도의 논농사를 지었던 윤씨는 아이들 공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올해 19세인 첫째 딸은 학교에서의 성적도 좋고 문학에 관심이 많아 신문, 잡지 등에 원고를 낼 정도의 재원.
그러나 1년 학비만 한화로 50만원이 소요되는 사정상 대학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엄두나지 않았다.
한국생활 1년만에 한국사람이 다 된 윤기홍 씨는 평생 농사만 짓다가 연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됐다.
방전가공 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윤씨는 기계를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숙련된 것은 물론 CNC, 연삭기 등 첨단 정밀가공기계로 학습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에서 배운 기술을 귀국 후 활용하고 싶지만 윤씨의 소망은 농장주가 되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기계화된 대단위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한화로 300만원 정도면 1백 헥타아르 정도의 대규모 농장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농기계 구입 등 추가비용이 소요돼지만 한국생활 1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윤씨는 한 달 용돈 10만원 내외를 제외하고는 전액 중국으로 송금한다. 올해는 임금이 소폭 올라 연봉이 2천만원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탄탄한 기술력과 재정을 기반으로 가족적인 사내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는 서울정밀은 연수생이 타국에서 일하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잊게 해주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흘린 땀 만큼 급여를 보상받을 수 있어 이탈 연수생이 없다.
연수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는 내·외국인이 함께 생활하는 구조로 샤워실, 주방, 세탁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식사는 회사에서 모두 제공한다.
연수생을 총괄하고 있는 김근범 주임은 중국 교포들이 연수초기 이탈하는 이유로 임금 테이블의 비합리성을 지적하고 “임금 수준을 연봉제 개념으로 설명하고 불법체류시 부담해야할 생활비 등 지출이 늘어날 것을 집중적으로 알린 결과 연수생 이탈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중국동포 연수생 윤기홍씨가 시화공단에 있는 (주)서울정밀에서 방전가공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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