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년 만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고 1년 만에 두번째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에서 0.50%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뒤 사상 최장기간 동결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렸다. 6년 5개월 만의 금리인상이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향후 금리 방향을 두고 지난번과 유사한 메시지를 냈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인상이 단발성으로 끝난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내년에 또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지난달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정부 내수활성화 정책과 주요 기업의 투자지출 확대는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반면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고용여건 개선 지연 및 소비심리 둔화는 하방 위험으로 잠재해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 세계 경제가 3분기에 성장세가 다소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체로 양호한 성장 흐름이고 신흥국 금융불안은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함께 유로지역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이번 금리인상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은이 금리 인상 시점을 ‘실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은 목표 중에 금융안정이 있는데 그와 관련해 가계부채나 자본유출 우려 등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많다”며 “경기가 안좋으면 부담이 가긴 하지만 지금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고 금융안정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인상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누그러들었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는데 경기는 금리인상을 받쳐주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시각이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개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강 국면의 여부 판단은 조금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경기 하강 국면이라는 경기 판단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이 실기했다는 비판에 대해 “내년에 여러 가지 불확실 요인, 어려운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글로벌 경기는 둔화하는 국면에 있지만 교역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2%대 중후반 성장세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강 국면이라는 표현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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