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유향이 편찬했던 설화집 <설원>(說苑)에는 주 무왕과 강태공의 대화가 실려 있다.
주 무왕과 강태공은 공자가 가장 이상적인 나라로 꼽았던 주나라(周)를 세운 인물들이다. 강태공은 흔히 알듯이 낚시로 세월을 낚다가 발탁돼 주나라의 건국을 도운 유명한 책사이다.

무왕이 강태공에게 물었다.
“현명한 이를 들어 썼는데도 나라가 위망한 경우에 빠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이오?”
“현명한 이를 천거하되 그의 능력을 이용하지 않아 현자를 쓴다는(擧賢) 명분만 있지 실제로 그의 능력은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실책은 어디서 연유합니까?”
“그 실책은 임금이 작은 선(小善)만 쓰기를 좋아해 진정한 현인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선을 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임금이 칭찬의 소리만 듣기 좋아하고, 참소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어질지 않은 이를 어진 이로 여기고, 선하지 않은 이를 선하게 여기며, 충성되지 않은 이를 충성한 자로 착각하며, 믿음이 없는 자를 진실한 인물로 아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을 칭찬해주는 자를 공이 있다고 여기고,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자를 죄 있다 여기게 됩니다.”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자신은 물론 부하들도 대의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대의를 함께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치거나 눈앞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부하들을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여씨춘추>에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을 할 수 없다(亡國之主, 不可以直言)”라는 역설적인 말이 실려 있다.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군주는 반드시 망하기에 나라를 유지할 수 없고, 당연히 직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역시 인간이기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조직의 목적이라는 대의는 사라지고, 자신의 감정과 이익에만 집착하는 소의에 빠질 수도 있다. 진실하고 충성스러운 사람은 멀리 하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는 간사한 자만 가까이 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자제하고 돌이키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과감한 충고 한 마디로 리더의 결단을 도와주고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부하의 역할도 필요하다. 만약 이런 충고를 귀에 거슬려 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만 곁에 둔다면 그 조직은 온전할 수 없다. 결국 직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씨춘추>에는 “사소한 이익을 버리지 않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고, 작은 충성에 연연하면 큰 충성에 이를 수 없다(不去小利則大利不得 不去小忠則大忠不至)”고 실려 있다.

한마디로 말해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은 이익에 급급하면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멀리 봤을 때 보이는 엄청난 기회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고 만다.

충성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말과 행동에만 마음이 간다면 진실하고 충성된 사람은 놓치게 된다. 리더를 도와서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눈앞에서 아양을 떠는 그 사람이 아니라 진중하고 당당하게 리더를 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와 큰일을 함께 이룰 부하를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리더는 지녀야 한다.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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