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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가 잇는 기타 名家에는 쉼표가 없다[천년을 꿈꾸는 사람들]클래식 기타 제작자 엄태창
이권진 기자  |  goenergy@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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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5호] 승인 2018.12.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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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태창 장인은 융합형 CEO다. 기타를 제작하는 공급자이면서 소비문화를 조성하는 기획자다. 경영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어도 그는 상품시장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노하우가 본능적으로 몸에 배어 있다. 사진=이준상 기자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클래식 기타 제작자인 엄태창 장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엄태창 기타’를 만든다. 엄태창 장인의 집안은 한국 현악기 제작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엄태창 기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타 제작회사다. 지난 1932년 부친 엄상옥(1997년 작고) 장인이 시작한 ‘엄상옥 기타’ 사업을 대를 이어 지켜나가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부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좋은 기타를 만들며 백년가업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엄태창 장인은 쉴 수가 없다. 쉬어선 안 된다. 쉰 적도 없다. 1985년부터다.

아버지로부터 도제식 기술 전수를 받다가 새로운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1989년 스승을 찾아 독일로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유럽 최고의 장인들에게 7년간 연수를 받았으며, 이후 국산 수제 기타 최초로 독일에 수출을 하고 중국과 일본에도 진출하느라 엄태창 장인은 제대로 쉴 새가 없었다.

그는 한국 최고의 제작자이면서 동시에 공연 기획자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유럽 선진시장을 두루 경험한 그는 생산과 소비와 문화가 선순환 체제로 조성돼야 한다는 걸 간파했다. 좋은 품질의 기타와 그것을 소비할 대중문화가 서로 받쳐 줘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는 대학생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전국에 있는 대학 기타 동아리들이 참여하는 연주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를 초청해 최상급 연주회를 줄기차게 여느라 쉴 틈이 없었다. 

쉬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귀촌 예술인으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의 한 산골짜기에는 엄태창 장인의 자택과 개인 공방이 있다. 이곳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상오안농공단지에는 그가 수제자 2명과 공동작업하는 공방도 마련했다.

최근 풍천리 개인 공방에서 직접 만난 엄태창 장인은 말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강남에서 20여년간 공방을 열고 치열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그 생활이 보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심신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죠. 홍천의 생활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 집이 이 산골짜기 맨 끝에 있어요. 매일 일어나서 고요한 풍경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 주름진 산맥의 풍경에서 제 인생을 봅니다. 저렇게 파이고 곡절 많은 산의 모습이 꼭 제 인생인 것만 같거든요.”

쉬는 것도 쉬는 게 아니다. 엄태창 장인의 개인 공방을 찬찬히 둘러보면 그의 시작과 과정과 목표가 여전히 음향을 달리하며 변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방 테이블에는 한창 작업 중인 3대의 클래식 기타들이 놓여 있다. 많아야 연간 15대 정도만 제작하는 고급 기타들이다. 그는 “언제나 첫 작품처럼 공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그만큼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실 한쪽 벽면엔 올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이성야(李星野) 클래식기타 독주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성야와 저와의 인연은 2001년 중국 심양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저는 이성야의 천부적인 재능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이성야 연주자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엄태창 장인의 지원으로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센터에 입학했고 2006년 한국 3대 콩쿠르를 석권했다. 2009년에는 독일 뮌스터국립음대에 들어간 뒤 유럽의 주요 콩쿠르 대회를 하나씩 휩쓸었다. 이성야는 독일 베를린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인 세계 탑 클래스의 기타리스트다.

엄태창 장인은 말했다. “한국에서 훌륭한 기타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공연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한국의 기타 제작 생태계와 밀접해야 하죠. 뛰어난 품질의 외국 악기가 한국으로 유입되고, 해외 연주자가 한국을 찾는 경우도 점차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타 제작자들도 세계 수준의 품질을 개발하고 자신들의 기술력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엄태창 장인은 홍천의 산골짜기로 공방을 옮긴 후에도 실험적인 연주회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멤버십 콘서트’다.

연주자 중심으로 기획된 기존 연주회는 연주자 눈높이에 기획되다 보니 대체로 무게감 있고 난이도가 높은 곡들로 연주되는 경향이 크다. 이러다보니 때로는 청중 입장에서 청중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그 연주회에 대해 만족감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는 30명의 일반 청중을 회원으로 구성해 연중 봄과 가을 2차례의 기타연주회를 열고 있다. 30명이 각자 신청한 곡들을 모아 그 중 신청수가 많은 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세계적인 기타 연주자들이 찾아와 30명만을 위한 특별공연을 펼친다. 청중들 입장에서 연주자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지난 10월 이성야 클래식기타 연주회도 그러한 취지로 진행된 네번째 멤버십 콘서트였다.

엄태창 기타도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악기다. 전문적인 연주자를 위한 고급 기타만 만들지 않는다. 원래 엄 장인은 대중적인 가격대의 기타 생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강남 공방 시절이었습니다. 어떤 젊은 친구가 찾아와서 돈이 많지는 않은데 제 기타를 구입할 방법이 있냐고 묻더군요. 아마 그때부터 일반 가격대의 제품군을 만들기로 작정한 거 같아요.”

엄태창 기타의 특징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일반 기타를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하는 고급 기타나 60만원부터 시작하는 일반 기타는 목재와 주요 부품의 퀄리티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같은 설계도면 위에서 제작되는 쌍둥이다. 엄태창 장인이 수십년 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과 정성이 그대로 일반 가격대의 기타에도 녹아 있다.

그가 쉴 수가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엄태창 기타는 평생 무료로 AS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이 저렴하든, 비싸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기타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엄태창 장인의 사업철학이다. 그는 말했다. “딱 70살까지만 기타를 만들 겁니다. 제 기타를 책임지고 작업할 수 있는 나이가 거기까지입니다.”

엄태창 장인의 말대로 새로운 기타 제작은 끝이 날지는 몰라도, 엄태창 기타의 명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의 조카인 엄용식 씨가 수제자로 10년 넘게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상옥에서 엄태창으로 그리고 다시 엄용식으로 3대에 걸쳐 엄씨 집안의 기타는 쉼표 없이 그렇게 협주되고 있다. 그러므로 엄태창 기타는 영원히 쉴 수 없다.

■엄태창 기타 연혁
1932년 엄상옥 장인 기타 제작 시작
1954년 다이아몬드 기타 창업
1974년 엄상옥 기타로 개명
1985년 엄태창 장인에게 기술 전수
1990년 독일 Kazuo Sato에게 기타제작법 연수 시작
1994년 엄태창 기타로 개명스위스 F.Corbellari에게 기타제작법 연수 시작
1995년 국산 클래식 기타 최초 독일에 수출
2002년 중국 수출 시작
2003년 일본 수출 시작
2005년 엄태창으로부터 기타 제작 사사(3대 엄용식)
2010년 홍천 제작연구실 오픈
2013년 엄태창 어쿠스틱 기타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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