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한 바이킹이 부잣집에 들어가 도적질을 하다가 신기한 물건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것을 곱게 포장해 아내에게 선물이라며 자랑스럽게 건넸다. 부인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해 하자 그는 의기양양하게 이 물건의 꼭지를 조금씩 틀기 시작했다.

그가 훔쳐온 물건은 바로 ‘황금빛 수도꼭지’였다. 그런데 그것을 훔칠 때는 분명히 꼭지를 돌리기만 하면 물이 콸콸 쏟아졌는데, 집에 가져오니 아무리 틀어봐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연세대 윤정구 교수가 쓴 ‘황금수도 꼭지’에 나오는 어느 유럽 만화의 내용이다.

요즘 워라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Work and Life Bala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최저 임금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워라밸이 무늬만 워라밸이 돼서는 안 된다. 진정한 워라밸은 무조건 근무시간을 줄이고 칼퇴근이 목적이 아니라 칼퇴근을 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New ways of work)가 동시에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근로시간이 줄어들어도 그 줄어든 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보전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

칼퇴근을 위해 사무실 불을 강제적으로 소등하는 진풍경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회의시간 단축과 PC오프 제도 등을 동원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잔업이나 야근시간을 줄이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워라밸의 성공은 눈에 보이는 제도나 물리적 시간의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 근무시간 자체만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놔두고 근무시간만을 줄여서는 진정한 워라밸은 가능하지 않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근무시간 단축과 워라밸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부가 의도하는 워라밸이 이뤄지려면 생산성 향상, 업무 효율성 증대 및 근로시간 최적화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사람중심의 경영철학과 직원 행복경영을 바탕으로 IT기술과 인공지능 같은 최신 기술들을 업무에 적용해 업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 MS, 지멘스 같은 일류기업들은 근무환경과 인사제도는 물론, 일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 스마트 워킹으로(Any time, Any where, Any device) 생산성을 높여 고성과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무실도 이제 고정된 자기 자리가 없고 노트북 한대만 가지고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에서 스마트워크를 하고 있다.

예전처럼  장황한 회의나 보고서도 거의 없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며 근무형태도 다양하고 출퇴근이나 근무시간도 자율적이다. 그러나 평가는 철저하게 성과중심으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한다.

근무효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없이 단지 칼퇴근 만을 강조하는 보여 주기식 제도나 법망을 피하기 위한 방편에 그친다면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고 그 조직과 사회는 경쟁력을 잃고 ‘저녁 굶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모처럼 확산되고 있는 워라밸이 ‘무늬만 워라밸’이 돼서야 되겠는가? 지금 당신의 수도꼭지는 어디에 연결돼 있나 질문을 던져봐야만 한다.

-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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