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중소기업의 송년회장. “가족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며 생활하자”고 늘 강조하던 사장은 건배사로 “우리 가족같이”를 골랐다. 사장은 “제가 먼저 ‘우리’를 외치면 여러분은 ‘가족같이’라고 화답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장은 이렇게 운을 떼고 말았다. “우리가…”

송년회 시즌이면 유행하는 우스개이다. 올해는 술 안 마시는 송년회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점심 때 모여 영화·연극·전시 등을 관람한 후 음식을 먹거나, 저녁 9시면 ‘땡’하는 ‘신데렐라 송년회’가 유행이다. 고깃집에 모여 폭탄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식의 송년회를 제안했다가는 ‘구세대’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술 대신 문화가 함께하는 송년회도 많다지만 건배사만큼은 여전히 존재한다. 각종 모임에서 재치 있는 인사말이나 유머가 깃든 건배사를 외치는 이들은 인기인으로 등극한다. 따라서 이맘때면 멋진 건배사를 외치기 위해 스피치 학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건배의 풍습에 대한 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건배는 불신과 의심의 산물”이라는 모순된 주장을 편다. 그들에 따르면 건배는 전쟁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고대 로마시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전쟁을 치르던 카르타고의 병사가 로마군이 즐겨 마시던 포도주에 독을 탄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이후 로마에서는 포도주를 마실 때면 반드시 먼저 건배를 해 독을 타지 않았음을 확인시키는 풍습이 생겨났다.

17~18세기에는 여성들에게 남성성을 뽐내기 위해 건배가 성행했다. 사랑하는 여성에게 자신의 애정과 헌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자신의 피를 술에 타 건배하는 남성들도 나타났다. 몇몇 남성들은 여성의 신발에 술을 채워 건배하기도 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시기엔 건배 사회자, 일명 토스트 마스터(toast master)가 등장하기도 했다. 건배가 얼마나 크게 유행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스트 마스터는 건배 제의의 기회를 주며 모임의 질서를 잡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왜 토스트일까? 영미권에서는 건배를 ‘토스트’(toast)라고 했다. 맥주, 와인 등을 마실 때 토스트 한조각을 담가 먹던 관행에서 유래한 것이다. 술에 토스트를 넣으면 술맛을 더 좋게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설도 들린다.
 
글로벌 시대, 외국인과 함께하는 송년 모임도 있을 것이다. 건배사는 나라마다 다른 법. 세계 각국의 건배사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의 건배는 “잔을 비우자”는 의미다. 러시아도 동양과 비슷한  “다 마시자”는 뜻으로  건배를 한다. “치어스”를 외치는 영미권 역시  잔을 비우자는 뜻의 “보텀스 업(bottoms up)”도 자주 쓴다. 북유럽인들은 “건강을 위하여”를 외친다.

나라별 건배사를 살펴보면 △프랑스 “아 보트르 상테” △독일 “프로스트” “줌 볼(Zum Wohl)” △브라질 “사우지(Saude)”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스콜” △스페인어 국가 “살룻(Salud)” △중국 “칸페이” △일본 “간빠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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