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선봉…‘非정유’신사업 발굴 주력

잘 아시다시피 GS그룹은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 회장 일가의 동업 체제로 운영되다가, 2005년 1월 GS홀딩스와 LG그룹 소속의 13개 회사들이 LG그룹으로부터 법적 분리되면서 세워진 그룹입니다. GS그룹의 주요 사업은 에너지, 유통, 건설·서비스 중심입니다.

그러한 GS그룹이 4세 경영체제를 다지게 됐습니다. 바로 허세홍 GS글로벌 사장이 최근 GS칼텍스 사장으로 선임이 되면서 재계에서는 이러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허세홍 사장은 GS 오너 일가에서 4세 가운데 경영 보폭이 가장 빠른 축에 속합니다. 2017년에 그룹 계열사인 GS글로벌 대표를 맡은 뒤로 이번에 핵심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GS칼텍스 사장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1969년생인 허 사장은 비교적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리더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허세홍 사장은 고 허만정 창업주의 손자이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입니다. 그는 휘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는데요. 첫 직장생활은 1992년 일본 오사키전기에서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금융사 뱅커스트러스트와 정유기업 쉐브론,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습니다.

허 사장이 GS그룹으로 복귀한 때는 2007년 무렵인데요. 당시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법인장을 시작으로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을 거쳐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 등 GS칼텍스 안에서는 요직이라 부르는 자리는 두루 거쳤습니다. 이어서 지난 2016년 3월 GS 오너 일가 4세 중 최초로 GS칼텍스 등기이사에 오르며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GS그룹도 오너 일가 안에서 보이지 않는 후계경쟁이 치열합니다. 지난해 허세홍 사장이 GS글로벌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새삼 4세 경영자들의 경쟁구도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 GS 4세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GS칼텍스 사장 자리를 물려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허준홍 전무는 허동수 회장(허세홍의 아버지)의 형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사에서 허세홍 사장이 화려하게 GS칼텍스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허준홍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을 하며 경쟁 구도가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젊은 리더 허세홍 사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오른 데에는 그의 경영 능력이 한몫했습니다. 종합상사인 GS글로벌 사장으로 올라선 그는 취임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요.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0억원으로 1년 사이에 32%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조3873억원으로 전년대비 33%나 증가했습니다.

그룹 내에서 GS글로벌은 사실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던 곳이었는데요. 허 사장이 불과 1년 사이에 체질개선을 완벽하게 해 놓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를 맞는 GS칼텍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도 한껏 올라가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 비해 핵심 사업인 정유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중입니다. 석유화학 분야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 가량 올랐지만, 정유 분야는 7%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요즘 GS칼텍스는 SK이노베이션을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하는데요. 국제유가에 민감한 정유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잇는 SK이노베이션은 요즘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에 온갖 힘을 다 쓰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경쟁사 대비 정유 분야의 영업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예를 들어 GS칼텍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비정유 부문 비중은 39%인데 에쓰오일은 64%, SK이노베이션 59%으로 GS칼텍스가 비정유 사업에 대해 뒤처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허세홍 사장도 비정유 신사업 발굴이 향후 성장동력이라고 설파하는 중인데요. 예를 들어 GS칼텍스가 최근 3~4년 동안 추진했던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모빌리티, 핀테크 사업과 차세대 연료 ‘바이오부탄올’, 가전제품 첨가제로 쓰이는 복합수지 ‘폴리프로필렌’ 등도 큰 수익이 예상되는 신사업 들입니다.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를 정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선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변신시켜야 하는 최대 과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GS칼텍스의 신사업 성공 유무가 그룹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4세 경영체제의 안정적인 명분이 될 거라 예상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