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9월29일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경제정책 기조의  축으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올 한해도 경제 살리기의  주요 정책과 제도가 3대 경제정책 틀 안에서 마련돼 왔다.
 그 가운데 일부 정책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우리 경제정책 기조를 자신 있게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3대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소기업뉴스>는 올해  추진된 3대경제정책의 주요 이슈를 키워드별로 살펴보고, 보완대책에 대해 살펴봤다.

[Key Word 1]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소득은 늘리고 생계비 부담은 줄임으로써 소비를 촉진해 경제 선순환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의 안착을 꼽았다. 그것은 최저임금의 상승이 국민소득향상으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도 대표적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추가 채용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지난 7월14일 새벽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한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결정된 8350원은 올해 최저임금 7530원보다 10.9% 오른 금액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다시 한번 10%가 넘는 폭등 수준의 임금인상이 결정된 것. 특히 사업 종류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중소기업계가 그동안 강력하게 요구했던 최저임금 적용에서 업종별, 규모별 구분적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은 뼈아픈 구석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각 산업별 협단체에서는 앞다퉈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보다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 7~8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을 연달아 방문해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구분적용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고, 특히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아울러 박성택 회장 등 중소기업계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각각 만나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면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재차 호소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중소기업계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으로 우려하는 리스크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휴수당 문제’도 있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 온 쟁점 중 하나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1주에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주휴수당은 시급 최저임금에 8시간을 곱한 금액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하면 6만6800원이 된다.

문제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급으로 계산한 내년도 ‘실질 최저임금’은 최저임금(8350원)에 주휴수당을 40시간으로 나눈 값(1670원)을 더한 1만20원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급해야 하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1만원을 넘게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기로 했을 때도 주휴수당을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자신 있게 밀어붙였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소득분배 지표는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됐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명목소득은 지난해 3분기보다 7.0% 줄어 3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해 30인 미만 업체를 대상으로 월 급여 19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만8000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질적인 속도조절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서부터 다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저임금은 거의 매년 극심한 노사대립 후 표결에 따라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최저임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결정할지 시간을 갖고 방법론적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할 시기다.

▶ 근로시간 단축
지난 2월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지난 7월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1일, 2021년 7월1일부터 법을 적용해야 한다. 3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선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 간 합의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 허용할 수 있다.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휴일근무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요구해 온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고 현행의 기준을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을 넘는 휴일근무에 대해선 200%의 수당을 받게 된다.

경영계로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상당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부분이다. 다만 당정청은 지난 6월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 연착륙 위해 올해 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처벌유예 기간 두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 취지에는 일단 공감하지만, 기업 규모와 상황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업종별, 직종별 특성이 거의 무시되고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연구개발(R&D) 직군이나 생산기일을 맞춰야 하는 제조업의 경우 상당한 애로 사항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현행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제안했다. 일감이 몰리는 때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감이 적을 때는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수주량 변화와 계절적 업무 등 경영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쟁력 악화를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현재 한국은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의 단위기간이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서면 합의)로 다른 선진국보다 짧다. 미국, 일본, 프랑스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최대 단위 기간은 1년이다. 그러므로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됨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인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이러한 단위기간 확대를 올 한해 핵심 노동현안으로 삼고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에 제기해 왔다.

이러한 요구에 화답 하듯이 지난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의견을 같이 했다. 처음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이들은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등 보완 입법조치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확대 방안은 최소 6개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주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초과근로 대다수가 주문물량 변동에 의한 것으로, 특히 고정적 성수기가 있는 업종은 성수기 기간이 평균 5.6개월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과 같이 최대 1년으로 확대해 업종별·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1년 내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사안은 결국 노·사·정이 이견만 빚다 연내 입법은 무산됐다. 이제 공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11월22일 출범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로, 노사정위에 참가한 주요 노·사 단체와 정부 대표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포함해 18명의 위원으로 참가 폭을 넓혔다. 특히 경사노위의 첫번째 의결사안은 ‘노동시간 제도 개선 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하는 안건이었다. 그만큼 경사노위가 이 문제를 중대한 현안과제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가장 뜨거운 사회·경제 이슈 중 하나였다. 두가지 톱니바퀴를 다시 제대로 돌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의 속도조절을 하면서 내년에는 악화된 고용·분배 상황을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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