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 중반부터 20년 가까이 기업과 공공부문 현장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20~30여개의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조직과 그 현장에서 보낸 셈이다.
다양한 기업과 공공기관을 경험하면서 필자는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에 관해 한 가지 강한 소신을 지니게 됐다. 그것은 개별 조직들의 혁신만으로는 한국의 경제, 사회 발전을 이루기 어렵고 제도와 관행 등 경제 활동에 공통적인 사회 인프라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혁신하려는 자세 보여야
특히 법령과 제도, 사회적 관행의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며 공공부문 스스로의 혁신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느낀다. 공공부문은 기업의 역량과 시스템, 성과를 벤치마킹해 스스로를 혁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사기업에 비해 평균적인 생산성이 매우 낮다. 예컨대 사료 공장의 경우 공공부문 사료 공장은 동일한 생산량의 사기업 공장에 비해 2배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낮은 생산성은 공공부문과 사기업 부문 근무자의 업무행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기업에서는 점심시간에 낮술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나 공공부문에서는 종종 발견할 수가 있다. 업무 강도가 높지 않거나 체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승진 시험을 앞둔 공무원에게 업무시간에 공공연히 시험 준비를 하도록 방관하거나 지원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사기업에는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관행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공공부문에서는 엄격한 성과 평가 방식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새 대통령은 정부에서 공무원 평가에 관해 ‘다면 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와 부하까지 인사평가에 참여해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마솥 밥을 사이 좋게 나눠먹자는 문화가 문제인데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평소에 동료로부터 좋은 평판을 쌓아 둬야 하는데 창의적인 제안을 하고 혁신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다면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가 어려운 것은 아닌가? 조직 내부에서 공무원 상호간 평가보다는 업무 관련 고객인 시민의 평가, 고객 평가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기는 아닌가? 때마침 교사 평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교사뿐 아니라 전 공직자에 대해 관련 업무의 고객인 시민 평가제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이다.
공공부문은 사기업에 비해 창의적인 기획능력이 평균적으로 크게 뒤떨어진다. 창의적인 기획을 해 보았자 모나지도 않았는데 정 맞기 일쑤다. 시민을 위한 창의적인 기획으로 승진이나 보상에서 평가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의적 기획능력 향상을
오히려 시민을 직접 대하는 민원 부서에 가면 대우도 받고 챙기는 것도 있는데 애써 기획부서에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공공부문은 기획의 바탕이 되는 업무 전문성에서도 민간부문에 뒤쳐진다. 현장감각은 물론 새로운 이론이나 기법에서도 민간부문에 크게 뒤쳐지는 것이다. 공공부문 기획력의 저하는 공공부문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지식경영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고용창출과 경제 회생을 위해 공공부문 혁신은 그 일차적인 과제이다. 기업부문에 비해 안락한 공공부문 일자리 구조는 구직자들이 기업부문을 기피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모럴해저드가 만연하는 공공부문의 자세로는 규제완화와 봉사 마인드로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가 없다.

김승일
비즈턴 M&A㈜ 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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