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계절이 거꾸로 가는 듯하다. 내내 눈이 내리지 않다가 구정을 전후로 해서 눈이 풍부하게 내리고 있다. 때는 다소 늦었지만 설경 감상하기가 지금이 적기인 듯하다. 특히 설경으로 소문난 덕유산에는 아름다운 설화가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스키장의 인공눈 이외에도 덕유산 향적봉을 뒤덮은 아름다운 설화는 돌아와서도 내내 가슴 깊이 여운을 남겨 둔다.

무주는 진안, 장수와 더불어 전북 사람들은 ‘무진장’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주군의 동쪽은 경북 김천시, 경남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무주에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 하나인 덕유산(1,614m)이 있다. 향적봉을 주산으로 삼고 무풍의 삼봉산(1,254m)에서 시작해 수령봉(933m), 대봉(1,300m), 덕유평전(1,480m), 중봉(1,594m), 무룡산(1,492m) 삿갓봉(1,410m), 남덕유(1,508m)에 이르기까지 장장 100리 대간을 이루며 영, 호남을 가른다. 덕유산은 겨울 설경을 감상하기 좋은 고산지대다. 이곳엔 설화가 피어나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일상사 기대치가 많으면 실망도 큰 법. 역으로 기대치가 없다면 크게 실망할 이유가 없다. 무주 덕유산을 찾아간 날은 아무 생각을 갖지 않았다. 혹여 산자락에 눈이 있을까 하는 실타래 같은 기대는 가졌지만 워낙 눈이 귀한 올 겨울날씨 탓에 희망은 버리기로 했다. 하늘은 유난히 맑고 햇살조차 따뜻한 날이다. 서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한없이 무주를 향해 달려간다. 스키장(063-322-9000, mujuresort.com)을 찾는 스키어들로 인해 주변은 어수선하다.
리조트에서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불경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진입로부터 짜증스러운 교통체증이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되돌아 갈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관광 곤도라(왕복 1만원)와 스키를 타는 사람과의 이용료(1만2천원)가 다르다.
아슬아슬하게 산정을 향해 곤도라가 움직인다. 설천봉까지는 6km가 훨씬 넘는 거리로 15분정도가 소요된다. 부산에서 왔다는 중년 스키어 두명과 동석을 했다. 정상에 설경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전날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는 것이다. 그 눈보라는 사라지고 하늘은 청명하게 맑아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덕유산 설경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내 가느다란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온통 새하얀 설화다. 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지 못해도 괜찮았다. 그저 설경이구나 느낄 정도의 사진만 찍을 수 있어도 감사할 따름인데 이런 행운을 얻을 수 있다니. 올 한해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다.
정상에는 많은 스키어들이 스키 타는 것도 뒤로하고 사진 찍고 설경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청량한 겨울하늘의 푸름과 흰색이 조화를 이뤄 눈부시다. 온 산하가 눈 천국이다. 간간이 가족 나들이객들과 겨울 등반을 하고 하산하는 등산객도 마주친다. 향적봉이 지척이다. 30~40분만 올라가면 되는 거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향적봉까지 산행을 하는 것이었지만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 엉덩이를 다리 삼아 내려오는 수밖에 없는 일. 비록 스키를 즐기지 못해도 설화 감상만으로 충분한 여행이다.
■자가운전 : 대진간 고속도로 무주IC나 덕유산 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리조트는 무주 나들목을 빠져나와 19번 국도(30번 국도와 접도) 이용해 장계 방면으로 들어오면 된다. 적상면에서 치목터널을 지나 설천면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리조트 들어가는 팻말이 나선다.
■별미집·숙박 : 무주읍내에 있는 금강식당(063-322-0979)은 어죽으로 이름난 맛집이다. 장미가든(063-322-5551)은 오리주물럭이, 적상산 가는 길목에 있는 천지가든(063-322-3456-7)은 산채로 소문나 있다. 무주리조트나 구천동 주변으로도 수많은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덕유산회관(063-322-3780)은 콩나물과 함께 먹는 돼지양념볶음과 청국장이 괜찮고 구천동 입구에는 전주일미식당(063-322-3229)등이 있다. 숙박은 호텔 티롤, 무주리조트 가족호텔, 일성무주콘도를 비롯해 여럿 있으며 덕유산 자연휴양림(063-322-1097,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 산막을 이용해도 괜찮다. 무주읍 안성면내에는 동명장(063-323-0216) 하나뿐이다.
■사진설명 : 절로 탄성이 새어나오는 덕유산의 설경.

적상산과 안국사
적상산은 향로봉(1,025m)을 거느리고 천일폭포, 송대폭포, 장도바위, 장군바위, 안렴대 등의 자연명소를 간직하고 있다.
적상산에는 고색창연한 적상산성, 안국사 등 유서 깊은 문화 유적이 있다. 산성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 최영 장군이 탐라를 토벌한 후 귀경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가 요새로서 적지임을 알고 왕에게 축성을 건의해 축성했다고 전한다. 산자락 속 곳곳에서 산성을 찾아볼 수 있다. 산정상 밑에 제법 큰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안국사가 있다.

이 혜 숙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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