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진(주)코링텍·문스타트업 대표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가 “우리도 언젠가는 망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 회사의 수명은 조금 더 연장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회사의 수명은 점점 짧아져 가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는 회사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지속 경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보잉에 비해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이다. 그런데 최근 에어버스의 대표주자인 A300 시리즈가 보잉의 대표주자인 737기의 판매를 추월했다고 한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앞섰다면 뭔가를 잘 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선 보잉은 주력 모델이 737기 하나였던 것에 반해 에어버스는 A320을 기반으로 비행거리나 크기를 조금씩 다르게 A319, A321 등 패밀리 기종을 준비해 뒀다. 그래서 고객의 상황에 따라 기종을 신축성 있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에어버스의 조종석은 보잉사의 조종석에 비해 단순화 해 놓았다는 것이다. 조종석이 단순화 돼 있으니 하나의 기종에 특화 돼 있는 조정사가 패밀리 기종을 조종할 때도 덜 어렵게 기종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비행기를 운영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도 조종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유리한 면이 있었다. 항공사 입장에서 비행기를 구매할 때 보이지 않게 에어버스의 비행기에 점수를 주게 되는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뛰어난 것을 한가지 꼽으라면 에어버스에는 존 리히(John Leahy)라는 걸출한 마케팅 부사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은퇴한 리히는 에어버스에 근무하면서 그의 부서원들과 함께 누적 판매액 1000조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일궈냈다.  
이러한 경이적인 기록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처음 에어버스로 옮겨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처음 에어버스에 오니 새로 받는 주문 보다 과거에 했던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더 많았어요.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근본적인 것부터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하며 한동안 노력하다 보니, 뛰어난 성과들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그가 에어버스 근무 초기, 노스웨스트항공과 진행했던 거래는 아주 성공적인 것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당시 보잉사의 비행기를 사려던 노스웨스트를 찾아가서 한 말이 “Buy Small, Think Big(조금만 사시되 생각은 크게 하세요)”이었다.

“10대만 사면, 100대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디스카운트를 받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만족해서 더 사시겠다고 하면 더 사고 싶은 비행기의 납기도 원하시는 대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또 한가지, 10대를 쓰시면서 마음에 안드시면 더 안사셔도 되고, 그 외에 의무조항은 없습니다. 그리고 100대를 팔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용 등 추가 비용은 다 저희가 떠안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고객은 속으로라도 미소 짓지 않았을까? 고객으로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을 모아서 해 주었으니까.

이렇게 처음으로 10대를 판매했던 존 부사장은 결국 145대를 판매한다. 이 사례는 단순한 결과만 보여 주지만,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존부사장은 고객의 가려운 곳을 계속 긁어줬고, 고객이 웃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이렇게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했을 것이다.

- 문형진(주)코링텍·문스타트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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