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매년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그 해를 상징하고 잘 나타낼 수 있는 성어를 대학교수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인데,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라고 <교수신문>은 설명하고 있다.

‘임중도원’은 <논어> ‘태백’에 실린 성어이다. 공자의 제자 증자가 했던 말로, 선비가 지녀야 할 자세를 스스로 다짐했던 말이다. 그 전문을 보면 이렇다.
“선비는 뜻이 크고 의지가 강해야 하니,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任重而道遠). 인(仁)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짐이 무겁지 않은가? 죽은 뒤에야 그만 두는 것이니 또한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증자는 공자의 제자로서 처음부터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다. 공자의 뛰어난 제자 열명을 꼽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속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논어> ‘선진’에서 공자는 ‘삼(參, 증자의 이름)은 우둔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증자는 공자의 계승자가 돼 유교를 후대에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를 문하에 뒀고, 자사의 계열에서 맹자가 배움을 얻었으니 유교의 적통은 증자로부터 이어져 내려간 것이다. 증자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논어>에 실린 글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먼저 증자는 공자의 핵심철학인 인(仁)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논어> ‘리인(里仁)’을 보면 공자와 증자의 대화가 실려 있다. 공자가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된다(吾道 一以貫之)”라고 말하자 증자는 “예”하고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공자가 나간 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동문들이 그 뜻을 물었다. 그러자 증자는 “스승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충과 서는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다른 사람을 배려와 사랑의 마음으로 대한다는 인(仁)의 실천세목이다. 증자는 스승의 철학과 사상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가장 성실하게 실천했던 제자였다.

‘학이’를 보면 증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자신을 다스리고 수양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바로 ‘하루에 세번 반성한다’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의 자세다.
“나는 하루에 세번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남을 위한 일에 진심을 다하지 못했던 점은 없는가? 벗과 사귀면서 신의를 저버린 일은 없는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것은 없는가?”

증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단 하루도 쉼 없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공자가 말했듯이 정말 미련할 정도로 자신을 가다듬고 성찰하는 자세를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증자의 삶을 통해 우리는 임중도원의 진정한 의미를 새길 수 있다.

지도자는 국민을 위하는데 진심을 다할 수 있어야 하며, 단 한순간도 자만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거나 홍보하는 데에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행여나 놓친 것은 없는지, 한쪽 구석에서 아파하는 사람은 없는지를 챙겨볼 수 있어야 한다.

‘임중도원’이라는 성어에서 자신의 치적만 본다면 진정한 의미를 새기지 못한 것이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해야 할 일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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