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부가 올해부터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 혁신성장정책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정책만으로는 임금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막기 어렵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성장정책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성장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도 그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하고,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하고, R&D투자와 벤처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도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혁신성장의 내용이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이전 정부에서도 많이 강조되었던 내용들이 아닌가? 그런데도 별로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핵심포인트를 정책지원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개발(R&D) 지원을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지원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R&D투자는 GDP 대비 비율로는 세계 1위인데 투자 대비 성과는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R&D투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의 R&D투자 지원이 기술개발의 성공에만 집착해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 바 크다.

반면 우리나라와 출발점과 R&D 투자비율이 비슷했던 이스라엘은 R&D보다 R&BD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세계최고의 창업국가, 일자리 국가로 부상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상쇄하고 능가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R&D투자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R&BD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지원목표와 평가기준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나홀로 경영’ 지원을 ‘함께 하는 경영’ 지원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나홀로 경영’을 하는 생계형 자영업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일자리 축소로 대응한 점도 있다.
또 우리나라 R&D 투자나 벤처투자가 양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낮은 이유는 기업경영자들이 나홀로 투자하고 나홀로 독식하겠다는 사고방식에 기인한 바도 크다.

이런 경영방식이나 사고방식으로는 융합과 연결이 경쟁력의 핵심원천이 되고 개별기업 간 경쟁보다는 기업생태계 간 경쟁이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경쟁 환경에서 성장은커녕 생존도 쉽지 않다.
기업경영자 역시 이제 나홀로 경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오픈경영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내부 구성원과 외부 협력자와 ‘함께 하는 경영’을 실천해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경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셋째, 기술이나 투자 지원 못지 않게 기업가정신이나 경영능력 혁신지원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앞서 지적한 R&BD나 ‘함께 하는 경영’은 기업가정신이나 경영능력의 혁신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그 성과는 기업가정신이나 경영능력에 따라 대기업에서 부도기업까지 천차만별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책지원에서 기업가정신이나 경영능력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의식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혁신성장의 성패가 결국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사람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과 전략도 명확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