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만 의존하면 한계…고도화 전략 고민해야

▲ 지난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형 남북 비즈니스모델 토론회’에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재개된다면 저임금에 의존하는 현재의 개성공단 모델을 뛰어넘어 다양한 생산요소와 환경이 결합하는 새로운 사업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호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장은 지난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형 남북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 모델은 중소기업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남북경협 참가를 지원하고자 설계된 것으로 투자금, 인력, 경험 등 기업의 경영환경에 맞는 북한 진출 방식과 지역을 고려했다.
그는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저임금에 의존한 개성공단 모델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생산요소와 여러 비즈니스를 매트릭스로 조합해 북한의 경제특구 27개에 대한 중소기업 진출 적합업종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분석 결과 개성공업지구(황해북도 개성)에는 전기전자, 기계, 화학 업종이 진출하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합영·합작이 불가능한 곳으로 단독 투자·진출해야 하고 직접 생산제조가 가능해야 한다.

라선경제 무역지대(함경북도)는 수산물 제조 또는 수산물 양식업종이 진출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독투자뿐 아니라 합영합작도 가능하다.

청진경제개발구(함경북도)에는 철강, 금속, 비철산업이, 청남공업개발구(평안남도)에는 기계, 화학업종이 진출하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의주 국제경제지대(평안북도)에는 IT와 보세가공업, 압록강 경제개발구(평안북도)에는 농업, 보세가공업, 현동공업개발구(강원도 원산)에는 섬유봉제 등 경공업이 진출 적합업종으로 꼽혔다.

와우도수출가공구(남포시)와 진도수출가공구(남포시)에는 경기도·구미의 전자부품 산업단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기전자(조립) 업종이 진출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온성섬 관광개발구(함경북도), 청수관광개발구(평안북도 삭주), 무봉국제관광특구(양강도삼지연), 원산금강산 관광특구(강원도 원산)는 관광업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센터장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보다는 기업 자체의 독자적인 판단과 준비를 통해 남북경협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한계가 발생했다”며 “남북경협이 다시 시작된다면 노동집약적인 형태를 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남북경협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인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남북경협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평화경제권’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동해와 서해, 휴전선을 연결하는 남북 경제벨트를 형성하고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한반도에 경제발전 토대를 구축하는 ‘한반도 경제벨트’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 내 생산토대 구축에 집중하는 경협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안궈산 중국 옌볜대 교수는 “북한은 ‘선쾌후만(先快後慢) 선이후난(先易後難)’ 즉 경제회복이 빠른 것부터 시작하고 늦은 것은 뒤로 하며, 쉬운 것부터 먼저 시작하고 어려운 것은 뒤로 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북한은 해외 경제협력에 있어서 동쪽의 원산·금강산, 서쪽의 신의주, 남쪽의 개성, 북쪽의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다자 협력이 예상되므로 남한은 입지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현재 한국에는 30여만명의 중국동포가 생활하고 있다”면서 “이들 중국동포들은 남북경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남북경협 과정에서 중국동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ICT(정보과학기술) 등 첨단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북한의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희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북한 투자에 가장 문제되는 사항은 분쟁해결 절차의 불확실성”이라며 “남북 합의사항인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정상화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도 “남북간 생각의 차이는 앞으로도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통일, 남북경협 등 공통적인 사항에서 남북이 개념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팜 칵 뚜엔 주한베트남대사관 상무관은 “베트남도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이행을 하고 있는 국가이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며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북한과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당시의 베트남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북한의 사정에 맞는 개혁개방노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통상산업본부장은 “향후 재개될 남북경협은 남한의 기술, 자본력과 북한의 인력을 결합한 방식이 아닌 ‘남북상생’을 목표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남북경협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정경분리 원칙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혜성 통일부 남북경협과장은 “지난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올해도 많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재가 완화되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협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 경협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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