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황제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인물은 당 태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중국의 고구려 정벌을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화 ‘안시성’에서 망신을 당하고 퇴각했던 황제가 바로 당 태종이다. 당 태종은 조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안시성을 지키는 양만춘에게 대패하고 만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당나라 군대는 고구려의 군대에 대패했고, 야사이기는 하지만 당 태종은 양만춘이 쏜 화살에 한쪽 눈을 잃고 패퇴했다.

비록 고구려에 패해 큰 망신을 당했지만 당 태종은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불리는 중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였다. 특히 뛰어난 신하들을 발탁해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었던 ‘용인술(用人術)’의 귀재라고 할 수 있다.

위징과 방현령 등 훌륭한 신하들을 폭넓게 기용했고, 그들의 도움으로 당나라를 훌륭한 제국으로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위징은 초기에는 당 태종의 반대파였지만, 그의 인물과 능력에 반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던 사람이었다.

당 태종이 신하들을 잘 이끌고 충성을 바치게 만들었던 힘은 바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감성능력이다. 후대 제왕들에게 정치교과서로 불리는 <정관정요>에 실려 있는 고사를 보자.

정관 2년 도성 일대에 한발이 닥쳐 농작물의 해충인 누리가 크게 늘어났다. 태종이 금원(禁苑)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시찰하다가 누리를 보고는 두손으로 몇마리를 잡은 후 이렇게 저주했다.

“사람은 곡식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지금 너는 그 곡식을 먹었다. 이는 짐의 백성을 해치는 짓이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그 책임은 나 한사람에게 있다. 너에게 영성이 있다면 응당 나의 심장을 먹어야지, 결코 백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누리를 삼키려 했다. 좌우 신하들이 급히 말리며 말했다.
“누리를 삼키면 병이 날 터인데 결코 아니 됩니다.”

그러자 태종이 말했다.
“짐은 재앙이 나 자신에게 옮기를 빌었는데 무엇이 두려워 이를 피하겠는가?”

그리고 누리를 삼켰는데, 그 이후로 누리 피해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위의 고사에서 태종은 신하와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신념이 백성을 위한 덕치였기에 태종은 몸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여겨지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태종이 진심으로 그 일을 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종의 행동이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었기에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이 감동했고, 위로는 황제로부터 아래로 신하와 백성들까지 해충박멸에 최선을 다했기에 실제로 해충이 박멸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맹자>에는 “왕이 인자한 정치를 베풀면 백성들은 윗사람을 따르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君行仁政 斯民親其上 死其長矣)”라고 실려 있다.

<논어>에서는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先行其言 而後從之)”라고 했다. 지도자의 사랑과 솔선수범이 아랫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늘날 큰 재앙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어떻게든 모면하려고만 하고, 심지어 아랫사람의 탓만 하는 우리 사회 일부 지도층의 모습에서 당 태종의 이 고사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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