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우오현 SM그룹 회장

국내 해운업계는 업계를 대표할 리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업계 1위는 현대상선이지만,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터라 전체 업계를 대변할 처지가 못 됩니다. 거기다 주요 해운상선들의 실적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라 CEO들은 자신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 끄느라 업계를 대변할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해운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손까지 번쩍 들고 나서는 인물이 있습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입니다. SM그룹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거 같지만, ‘삼라마이다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입니다. 5년 전 SM상선이라는 이름으로 해운업계에 진출했습니다.

우오현 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에서 대통령께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해운업계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대변했습니다.

우 회장의 요지는 규제를 좀 개선해서 수많은 일자리를 해운업계에서 만들어달라는 건데요. 현재 해운업계의 골칫거리 중에는 회계기준 변경이 있습니다. 해운사에서 선박을 발주할 경우 보통은 90%를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빌려온 자금이 전부 부채로 잡히게 되죠. 그러다 보니 해운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서 선박을 1, 2척만 사들여도 그 회사의 부채비율이 순식간에 불어나게 됩니다. 밖에서 보면 부실기업이 아니냐, 하고 우려를 갖기 쉽죠.

그래서 우 회장은 선박을 인수할 때 대출 받는 자금은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좀 취급해 달라는 것입니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 회장은 집을 짓고 임대한 뒤에 분양을 하는 주택은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포함하는 건설업계의 회계기준 예외조항을 예로 들었습니다. 해운업계의 발주환경을 적극 개선해 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사실 간단히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회계기준이란 것이 국제기준도 함께 고려할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발주시 자금조달을 자산으로 전부 책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 회장은 해운업계가 오랫동안 앓고 있던 고민을 과감하게 대통령께 ‘직언’했다는 점에서 업계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평가입니다.

그 이유는 우 회장이 경영하는 SM상선이 현재 직면한 어려움도 아니기 때문이죠. SM상선은 사업을 위한 선박을 다 확보한 상태입니다. 신규 선박 발주계획도 없습니다. 업계의 대변자로 나선겁니다.

우오현 회장은 2013년에 대한해운을 전격 인수하며 해운업종에 출항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대한상선을 인수했고요. 그 해 12월에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SM상선을 설립한 겁니다. 건설사였던 SM그룹은 해운 사업 분야만 2017년 전체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45% 이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 한해는 해운업계가 중요한 한해를 맞이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켰습니다. SM상선과 같은 국적선사의 지원사업을 맡는 정부기관이죠. 다시 말해 해운업계는 새로운 성장의 바람이 불기 직전입니다.

이렇게 특정산업의 지형도가 요동치며 혁신할 때는 그 업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가 필요한 법입니다. 우오현 회장이 아마도 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