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유난히 힘겹게 지나간다. 삼한사미(사흘 추위 나흘 미세먼지), 즉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추위와 혹독한 미세먼지 때문이다. 도심뿐만 아니라 산·들·강·하늘도 뿌연 먼지에 갇혔다. 걷고 싶은 이들은 “올겨울은 ‘창살 없는 감옥’ 같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알아봤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을. 추위·눈·비 등 기후와 상관없이 걸으며 초록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바로 온실 정원이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거나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도 식물원을 찾는다면 편안한 복장으로 초록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피톤치드 가득한 서울시내 온실 정원에서 상쾌한 시간을 갖자.    
 
우리나라 최초 식물원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1909년 완공됐다. 일본 황실의 식물원 책임자이자 원예학자인 후쿠바 하야토가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했다. 동양식 온실이 식물 배양과 재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면, 서양식 온실은 전시와 오락 공간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경궁 대온실은 바닥 면적이 582㎡(약 160평)로 당시 동양 최대 규모였다.

1년여의 보수공사를 거쳐 2017년 말 재개방한 대온실에는 천연기념물 제194호인 창덕궁 향나무 후계목, 전북 부안 꽝꽝나무 등 식물 70여종을 새롭게 식재해 볼거리가 풍부하다. 식충식물, 고사리류, 분재 형태의 식물들도 많아 찾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제 타일의 원형을 살린 것도 큰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타일 제조사인 ‘민턴 홀린스’가 1905년 발간한 책자를 바탕으로 옛 타일을 그대로 복원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대온실은 일제가 순종을 창경궁에 감금한 후 위로한다는 핑계로 지은 것으로, 우리 역사상 슬픈 비화가 얽혀 있다. 당시 함께 지은 동물원은 과천대공원으로 옮겨갔다. 창경궁 대온실을 둘러보다가 공기가 맑다 싶으면 춘당지를 거쳐 종묘까지 이어 걷는 것도 좋다. 창경궁 관리사무소에서 하루 4회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안내를 해주니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좋아요’를 부르는 핫한 장소 ‘서울식물원’
최근 서울시내 핫한 장소로 서울식물원이 떠올랐다. 독특한 기하학적 형태의 유리 온실이 특별한 멋을 뿜어내기 때문. 일반적 돔형이 아니라 오목한 그릇 형태로, 지붕은 유리보다 빛 투과율이 우수한 ETFE(특수비닐)를 적용했다. 지름 100m, 아파트 8층 높이(최고 28m), 7555㎡ 대규모의 유리 온실이다.

서울식물원 온실은 크게 열대구역, 지중해 구역으로 나뉜다. 열대구역에선 네펜데스, 타이탄아룸과 같은 열대식물을 볼 수 있다. 보통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보고타 등에서 자라는 것들이다. 지중해구역에는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타슈겐트, 아테네, 퍼스, 이스탄불, 케이프타운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미, 히야신스, 튤립 등이 곱게 자리하고 있다.

서울식물원 ‘윈터 가든’은 이달 말까지 운영된다. 이 기간에는 오후 4시에 입장을 마감하니 잘 기억해 두자.

온실을 맘껏 즐겼다면 오후 6~10시 식물원 곳곳 야외에서 펼쳐지는 빛 정원도 감상하자. 빛 정원은 호수원 무지개 파노라마와 윈터포레스트, 아모리갈롱 빛터널, 열린숲 진입광장 체리로드와 LED 실버트리 등으로 운영된다. 서울식물원에는 온실 외에도 식물에 특화된 이색 공간이 즐비하다. 씨앗을 대출해 키운 뒤 수확한 새로운 씨앗으로 반납하는 ‘씨앗도서관’, 식물 전문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식물전문도서관, 실생활에 필요한 가드닝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식물 관련 궁금증도 풀 수 있는 ‘정원상담실’ 등이다.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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