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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3세 경영’ 시험대 오른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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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호] 승인 2019.02.06  1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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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랜트 부진 만회·디벨로퍼 사업 안착이 관건
‘e편한세상’성공신화 재현 승부수

지난달 14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을 했을 때, 대림산업의 분위기는 차분했고 진중했다. 이해욱 회장은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것인데, 별도의 취임식도 없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취임 메시지도 없었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대리로 입사한 그는 무려 24년 동안 거의 모든 직급을 두루 거치며 총수에 올랐는데, 대기업 3세 경영자 중에는 어쩌면 가장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욱 회장의 취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룹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대대적인 홍보는 아니더라도, 취임식 정도는 내부적으로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은 대림산업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짧은 인사말만 올렸다.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으신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노력하겠다.”

이해욱 회장이 평소 외부에 잘 노출하는 것을 피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수장으로 오른 순간에도 이처럼 조용한 취임 행보를 보인 것은 여러가지 난제 속에 대림산업이 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현재 대림산업은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해욱 회장을 비롯한 대림산업의 총수 일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에이플러스디, 켐텍 등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경영진들에게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와중에 건설 비중이 높은 대림산업은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돌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해외건설 사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그리고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3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초강수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대림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끌고 가야하는 이해욱 회장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짊어져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상필벌 원칙의 인사 단행
비상경영체제 속 회장 취임으로 이해욱 회장에게는 연초 경영진 인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영적 판단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달 31일에 발표된 대림산업의 경영진 인사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다. 일단 이번 경영진 인사는 전형적인 성과주의 원칙으로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림산업은 경영진을 젊은 CEO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건설과 석유화학 등에서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가동했었다. 그런데 이번 경영진 인사는 3세 경영의 본격 돌입에 앞서 실적이 부진한 CEO는 퇴진하고, 성과가 높은 CEO는 상을 주는 ‘신상필벌’의 인사를 보여줬다.

특히나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상우 대표는 그간 석유화학사업부에서 차근히 쌓아올린 성과로 이번에 초고속 승진을 했는데, 김 대표는 원래 전통 대림그룹 멤버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이었다. 그는 BNP-파리바, 소프트뱅크코리아, SK텔레콤 등을 거쳐서 지난 2012년에 입사를 했는데,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승진을 하고 1년도 안돼 부회장으로 올라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김상우 대표는 대림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7년 동안 말 그대로 혁혁한 공적을 쌓아올렸다. 지난 2014년에 설립된 계열사 대림에너지의 CEO를 맡으면서 포천파워, 호주 밀머란 석탄화력발전소 등 주요 프로젝트를 문제없이 성공시켰다. 이후 대림산업석유화학사업부를 총괄하면서 대외적인 리스크인 유가 급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는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유가가 요동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대비 5.9%나 증가한 9330억원을 달성했다.

건설 브랜드인 삼호의 조남창 대표도 이해욱 체제에서 급부상했다. 그 역시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파격승진을 했다. 조 대표는 1985년 삼호에 입사한 뒤로 줄곧 건축사업본부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올렸는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일 때 워크아웃까지 갔지만 8년 만에 졸업을 시킨 장본인이었다. 8년 동안 위기경영을 몸소 체험한 전문경영인이라는 뜻이다.

이번 경영진 인사에서는 필벌도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적자가 쌓인 플랜트사업본부는 임헌재 대림산업 전 부사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앞서 언급했던 김상우 대표와 함께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주목받은 박상신 대림산업 건설부문 대표(부사장)도 예상과 달리 이번 인사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플랜트사업부문의 임원 15명 전원에게 사직서를 받고 5명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도 밝혔지만 임직원들도 3년간 임금동결은 물론이거니와 경영정상화시까지 승진 중단 등 혹독한 신상필벌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플랜트사업부문은 마른 수건도 짜내는 혹독한 긴축경영을 위해 서울에 있는 사무실의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인천 송도와 대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해욱 회장의 조용한 취임식 뒤에는 엄중한 체질개선의 노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4년간 탄탄한 경영수업 거쳐
대림그룹은 재계에서 순위로 따지면 18위 정도 된다. 이해욱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 경영수업도 오래 받았다고 언급했지만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이 이 회장이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 역시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돼 왔었다.

대림그룹은 3세 경영체제를 위해서 1994년에 설립한 대림코퍼레이션을 그룹 지주사로 만드는 작업부터 진행했으며 이해욱 회장의 개인 회사인 대림I&S와 대림H&L을 설립하고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이해욱 회장의 지분은 52%까지 끌어올렸었다. 이렇게 되자 한때 회사 합병 비율 등에 대해 공정위를 비롯해 국세청으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일단락이 되기도 했다.

이해욱 회장에게는 형제가 있다. 다만 대림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원칙이 확고하기에 이 회장의 역할과 지분은 형제와는 좀 차별화됐다. 이해욱 회장의 동생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해승, 삼남인 이해창은 경영에서 거의 배제돼 있다시피 지분율이 적다. 차남 이해승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0.5%를 가지고 있고 다른 오너 집안 관계자들은 각각 지분율이 0.1%도 안 된다.

이에 비해 이해욱 회장이 지주사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52%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대림그룹 주력사인 대림산업의 최대 주주로 경영권을 잡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1.6%를 보유 중이다. 이해욱 회장의 경영권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이해욱 회장은 24년간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 단단한 경영판단을 이어왔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입사 후 그는 IMF 시절에는 대림그룹 구조조정실로 자리를 옮겨 석유화학 부문의 위기경영을 맡았으며 이때 해외 주요 석유화학사와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그룹의 실적악화를 개선해 나갔다.

이 회장이 특히나 심혈을 기울인 사업은 2000년 1월 대림산업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본격화한 것이다. e편한세상은 건설사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새로운 시도였다. 당시만해도 건설사 대부분이 딱딱하지만 기업 로고를 달고 아파트 공급에 나섰다. 아파트 자체 브랜드는 e편한세상이 시초라고 보면 된다.

브랜드 아파트를 선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질 줄도 알았다. 어떻게 보면 아파트라는 것이 건설사별로 차별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실내 구조와 단지내 조경과 커뮤니티시설은 표방도 쉽다. 그렇지만 이 회장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날리는 타이밍을 읽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었는데, 이때 e편한세상은 결로와 소음이 없다는 걸 강조하며 다시 한번 소비자들에게 각인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의 원조격인 ‘아크로’까지 도입을 하면서 대림산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로 성장을 했다.

주택사업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2013년 민자발전사인 대림에너지를 설립하고 포천복합화력발전소 상업운전과 호주 퀸즐랜드 밀머란 석탄화력발전소 지분 인수를 앞서 설명했던 김상우 부회장과 함께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해욱 회장에게는 분명 성공의 DNA가 있다. 대림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쉽지는 않다. 플랜트사업부문의 실적을 만회하는 것과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도 우선 과제다. 또한 이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이라고 내세운 디벨로퍼 사업도 관건이다. 디벨로퍼라는 것은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뜻한다. 공사를 수주하는 것에 벗어나 자신이 스스로 사업 아이템을 만드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내세운 것이다. 이해욱 회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와 성공의 실마리가 공존하고 있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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