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초대박, SM·YG 제치고 업계 1위 등극

지구촌 접수 비결은 ‘글로벌 팬덤’

한국 사람이라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7인조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수년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유튜브와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것 보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2~3년 사이에 보여준 ‘빅히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K팝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 그냥 방탄소년단이 하나의 음악 장르이자, 문화 아이콘이 됐다. 영국 BBC 방송국은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이자 팝 센세이션’이라고 설명했고 영국 가디언은 ‘서구 음악산업 최상위권에 도달한 최초의 K팝 그룹’이라고 극찬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비틀스를 잇는 밀레니엄 세대 동반자’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가운데 2개 무대에 초청돼 공연했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빌보드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그해 올해의 아티스트 10위에 선정됐다. ‘빌보드 200’ 순위에서 7위 진입 등은 2017년 방탄소년단의 신기록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그리고 2018년은 그야 말로 방탄소년단에게 ‘최고의 해’가 됐다. 지난해 5월 BTS의 대표앨범 중 하나인 LOVE YOURSELF 轉 ‘Tear’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순위인 ‘빌보드 200’에서 극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200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순위차트로 불리는데, 미국에서도 가장 대중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세계 음악시장이 방대하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인정을 받느냐 마느냐가 세계무대 성공의 잣대로 통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것은 한국의 음악 역사상 가장 진귀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한국 음악 중에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것도 최초이기도 하지만, 빌보드 200 순위에서 2006년 이후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음악이 1위를 차지한 것 역시 최초였기에 그렇다.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그 영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뉴욕에 있는 UN본부에서 세계인을 향해서 연설을 할 기회까지 얻었다. 

이때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가 UN본부 연단에 올라서서 이러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해 10월에는 한국에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훈장을 받기까지 했는데, 방탄소년단은 역대 최연소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가 됐다. 

단순히 그들의 인기가 전 세계를 강타해서 한국 정부가 상을 준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인이 한글로 된 가사를 부르며 한글의 확산과 함께 한류 바람을 일으킨 공로가 컸기에 주어진 값진 상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영문명이 BTS이지만, 외국인들은 그들의 팀명을 ‘방탄소년단’이라고 우리말로 부르기도 하며, BTS의 노래 가사를 한글로 따라 부르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도 아니다. 마치 우리가 외국의 팝송 가사를 따라 부르듯이 방탄소년단은 외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고, 강력한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성장 중이다.

멀티테스커 방시혁 대표

방탄소년단이 이렇게 세계적인 보이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있다.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를 한명 한명 발굴하고 키워낸 프로듀서이면서 작곡가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라고 애칭처럼 부르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나 모든 성공을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돌리고 있다. 하지만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에 이어 올해에는 방시혁 대표에게도 특별한 상을 주었는데, 그를 바로 ‘뉴 파워 제너레이션(NEW POWER GENERATION) 25인’에 선정을 한 것이다. 

뉴 파워 제너레이션은 한 마디로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매니저나, 기획자 등 뒤에서 묵묵히 스타의 성장을 위해 돕는 사람들이 주로 선정됐다. 

레이디 가가의 매니저 바비 캠벨이나, 숀 멘데스의 매니저인 앤드류 커틀러, 체인스모커스의 매니저 아담 엘퍼트 등이 이번에 방시혁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빌보드는 이들을 두고 “멀티테스커(multi-tasker), 인플루언서(influencer), 머니메이커(money-maker)”라고 소개를 했는데, 실제로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업계 리더로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방시혁 대표는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에서 독립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2013년 6월 싱글앨범 ‘2 COOL 4 SKOOL’로 방탄소년단을 가요계에 정식 데뷔시켰다. 그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중학생 때 밴드활동을 하면서 음악활동을 잠시 했었는데, 서울대 진학 이후 작곡가의 길로 걸어갔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해 수석 작곡가를 했었다.

JYP에서 히트곡 제조기라는 애칭까지 들었던 그가 독립 이후 방탄소년단을 성장시키면서 얻게된 또다른 애칭은 ‘엔터업계 제왕’이다. 방탄소년단 성공으로 한순간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엔터업계는 오랫동안 SM과 YG 양대산맥으로 각각 지난해 영업이익 109억과 252억원을 올렸다. 그런데 빅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325억원을 기록해 두 거인을 단숨에 제압을 하고 업계 1위가 된 것이다. 

특히나 방탄소년단은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 앞으로 무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빅히트 경영적 성장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YG의 핵심 보이그룹인 빅뱅은 데뷔 12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매년 2000억원이 넘는 각종 매출을 올리는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제 데뷔 6년차인데다가 최근 빅히트와 7년 재계약을 성사하면서 앞으로도 장기적인 성과지표를 올리는 데에 공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엔터업계 3개 회사라고 불리는 SM, YG, JYP 모두 주식상장을 했고, 각각 시가총액이 1조원, 7000억원, 1조원 정도하는데, 빅히트가 만약 상장이라도 하게 된다면, 가뿐히 1조원이 넘는 시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팬덤과 유튜브를 통해 성장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적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자기 이야기와 시대,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솔직히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했고 거기에 공감을 얻은 팬층은 방탄소년단의 강력한 팬덤이 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팬덤은 방탄소년단에게 정말 최고의 자산이자, 힘이 아닐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유튜브를 활용해 각종 콘텐츠를 전 세계에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글로벌 팬덤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빅히트는 이들 글로벌 팬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한다. 팬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과거 유튜브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던 싸이의 경우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로 2012년 돌풍을 일으키며 빌보드 ‘HOT100’에서 7주 동안 2위에 올랐었지만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지 못해 그 뒤에 선보인 노래들은 빌보드 순위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강남스타일 이후 2013년 ‘젠틀맨’은 빌보드 5위, 2014년 ‘행오버’는 26위, 2015년 ‘대디’는 97위로 점점 하락했다.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글로벌 팬덤이 튼튼하기에 내놓은 앨범은 발매하자마자 빌보드 순위에서 상위 랭크를 차지했는데 2017년 ‘DNA’라는 곡은 빌보드에서 67위, 2017년 ‘Mic Drop’은 28위로 올랐으며 2018년 ‘Fake Love’는 빌보드에서 10위에 올랐고 ‘Idol’은 11위에 오르는 등 점점 상향 추세를 보여줬었다. 

어떻게 보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자신의 애정을 과시하는 SNS 시대에서 팬은 아티스트들에게 큰 후원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방시혁이 방탄소년단을 키웠다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팬덤들이 자신들의 관심과 호응으로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던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도 요즘 팬덤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빌보드에 순위 오르게 하는 방법이나, 이슈화하거나 홍보하는 방법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빅히트의 최대 홍보실은 다름 아닌 조직적인 행동과 실천이 가능한 팬덤이라는 것이다.

방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고 성공했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일상과 무대모습 등 수많은 콘텐츠를 올리면서 팬덤을 형성해왔는데 이는 유튜브의 각국 자막 기능을 통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글로벌 팬덤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빅히트가 운영하는 공식채널 ‘ibighit’ 구독자 수는 이미 2000만명이 넘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채널 ‘방탄TV’도 구독자수 1500만명이 넘었다. 유튜브와 방탄소년단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제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의 빅히트를 생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와 글로벌 팬덤의 확대 추세에 힘입어 사업 확장의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 대규모로 직원 채용을 하고 있다. 사옥도 강남 논현동에서 삼성동 빌딩의 3개 층을 임대하는 등 외형적인 변화도 꾀하고 있다. 

특히나 방탄소년단을 이을 동생그룹 ‘TXT’(투모로우바이투모로우)를 선보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TXT는 5명으로 이뤄진 보이 그룹이며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지도에 힘입어 이미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2019년 방시혁과 방탄소년단과 TXT가 어떻게 전 세계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