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 보험료 동반 상승이 예상되는 등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노동계와 산업계도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박동현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배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향후 정년 연장 논의로까지 이어질지도 산업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노동가동 연한과 정년이 법적으로 관련이 없고 정년을 늘리려면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논의가 진전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정년 연장 문제는 육체적으로 가능한 노동력의 정도만 따지는 노동가동 연한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당장 변화가 생기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년 규정의 경우 근로자가 어느 연령까지 일하고 은퇴하는 것이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합당한지를 사회적 합의를 거쳐 판단하기 때문에 노동가동 연한과 반드시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노동가동 연한을 상향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년 연장이 뒤따른 것은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년 전인 1989년 노동가동 연한을 종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했지만,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16년에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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