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주 전 통보하면 가능…입법까지 국회 정상화 등 변수 산적

지난 19일 경제사회근로위원회의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에 따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힘을 얻게 됐다.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이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달라는 경영계의 줄기찬 요구가 현실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정하고,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근로자의 연속휴식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점 등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정유·화학과 ICT 등 일정 기간 집중근로을 해야 하는 업종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사용자 재량 확대

경사노위 합의가 법 개정으로 이어지면 사업주는 단위 기간 6개월 이내의 탄력근로제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경영계 요구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둬 근로시간 단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한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단위 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합의를 도출한 경사노위 산하 근로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이철수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3가지 탄력근로제가 있게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 단위 기간의 탄력근로제는 현행 방식으로 계속 운영된다. 경사노위 합의는 주로 3개월을 초과하는 단위 기간의 탄력근로제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단위 기간이 3개월을 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 도입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이다.

근로자 대표는 현행법상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가리킨다. 대규모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철수 위원장은 “노조가 없는 곳에서 (탄력근로제가) 남용되는 것을 제일 고민했다”며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미리 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는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사노위 합의는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미리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주별로 정하도록 하고 서면 합의 대신 시행 2주 전 통보로 가능하도록 했다. 사업주의 재량권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경사노위 합의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따른 근로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방지할 장치도 마련했다.

 

임금보전 장치도 마련

근로자의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은 근로시간 개선위에서 노동계가 요구해 온 사항이었다.

단위 기간 6개월의 탄력근로제를 연속 시행하면 이론적으로는 앞뒤로 3개월씩 최장 6개월 동안 연속 집중근로가 가능해져 과로 위험이 커지는데 이 또한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근로시간 개선위 측은 보고 있다.

임금 보전을 위해서는 보전 수당과 할증을 포함한 방안을 마련해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1일이나 1주를 단위로 일정 시간 이상 초과분의 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한 것이다.

사업주가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과태료 부과가 근로자 임금 보전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화라는 과제를 받은 국회는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에 공감해 온 터라 경사노위 합의안을 반영한 법안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 장기간 파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난 22일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협상이 결렬됐고 결국 2월 임시국회 개최 합의는 또다시 불발됐다.

일단 민주당은 산적한 민생입법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만큼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경사노위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 의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일단 경사노위 합의를 존중한다면서도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소폭 확대한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경사노위 합의안이 법적 구속력 없는 참고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관련 입법을 위해선 국회 정상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법안 처리의 진통을 예고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경사노위 합의를 계기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에 국회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해 온 정의당은 경사노위 합의안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국회의 입법 추진을 막아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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