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나요? 아니면 집안 어딘가에 붙여 두었거나 베개·이불 속에 넣어 두셨나요? 설마 불살라 마신 건 아니죠. 뜬금없이 무슨 부적 이야기를 하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듯합니다. 부적은 재앙을 막고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일종의 도구입니다. 

일반적으로 붉은색 종이에 글씨를 쓰거나 기호를 그린 형태를 띠고 있지요. 용하다는 철학관에선 벼락 맞은 복숭아나무나 대추나무로 만든 부적도 판매한다네요. 돌 혹은 바가지로도 만든 것도 있다 하고요. 

재앙을 피하고픈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스불재’라는 탄식이 들립니다. “이런, 스불재…” “아… 스불재…” 뭐 이런 식이지요.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입니다. 요리, 등산, 마라톤 등 새로운 분야에 의욕적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 자책 정도로 쓰는 말이지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담긴 표현입니다.

스불재가 탄식이라면 ‘갓갓갓’은 요즘 떠오르는 감탄 신조어입니다. ‘갓’은 생각하신 것처럼 영어 ‘GOD’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어떤 인물의 뛰어난 활약을 칭송할 때 쓰죠. ‘짱-’ ‘킹-’ ‘빛-’ 등과 마찬가지로 주로 접두어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최근엔 ‘갓’을 3번 연이어 쓴 ‘갓갓갓’이 대세입니다. 예를 들면 정말 좋은 노래를 ‘갓갓갓 노래’라고 부르는 식이지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갓갓갓 항서’로 불리고 있잖아요. 

즐겁지 않은 현실에도 ‘갓갓갓’을 빗대어 붙이기도 합니다. 회사 워크숍이 좋은 사람은 물론 불편한 사람도 ‘갓갓갓 워크숍’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감정 표현의 신조어를 말한 김에 ‘앵슷’도 알고 갈까요. 앵슷은 불안, 고뇌, 걱정을 뜻하는 독일어 앵스트(angst)에서 유래한 신조어입니다. 앵스트는 만화 팬들 사이에선 작품 속 분위기, 인물 간 어긋난 관계, 스토리의 특성을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시절에 확산된 말이지요. 

그런데 이 앵스트가 최근 국내에 ‘앵슷’이라는 줄임말로 떠올랐습니다. 스토리가 어둡고 피폐한 분위기의 만화를 가리킬 때 쓰이고 있지요. “오늘 몹시 우울합니다. 앵슷 좀 추천해주세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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