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신임사장을 영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철강업계가 술렁였습니다. 그 이유는 포스코 출신의 철강 베테랑인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의 신임 사장으로 영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었죠. 이게 사실 굉장히 파격적인 인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설립된 이후 포스코 출신 사장 임명은 최초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순혈주의 인사가 관례입니다. 경쟁사 임원 출신이 현대제철의 수장으로 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사였습니다. 

그러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러한 순혈주의를 깨는 차원에서도 안동일 사장을 선택했습니다. 참고로 현대제철은 지난 2001년에 현대차그룹에 편입이 됐습니다. 첫 외부 수혈로 CEO가 된 안동일 신임 사장은 지난 1984년 포스코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포스코 자문역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34년 동안 ‘포스코맨’으로 일했습니다.

안동일 사장은 지난 2008년 2월 포스코건설에서 상무로 진급해 임원을 처음 달았는데요. 2010년 포스코 광양제철 설비담당 부소장을 거쳐 2015년 광양제철소장으로 임명됐습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포항제철소장을 지내면서 그는 포스코그룹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습니다.

국내 철강 산업에서 안 사장과 같이 오랜 연륜과 능력을 지닌 전문경영인이 별로 없습니다. 안 사장은 제철 설비와 생산 분야에서는 단연 국내 최고 전문가로 평가됩니다. 현대제철의 핵심 기지인 당진제철소를 시작으로 안 사장이 생산, 연구개발(R&D), 기술품질 등을 전보다 한단계 높이는 작업을 할 거라 봅니다.

사실은 요즘 철강 산업은 뜨겁지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세계경제가 뚜렷한 성장신호 없이 침체기로에 들어섰기 때문에 산업 확장의 기반 중에 하나인 철강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 철강 수요 최대국인 중국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중국 이외에 해외 글로벌 철강회사들끼리 서로 이전투구의 가격경쟁과 영업망 싸움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현대제철은 국내 최강 포스코와 비교해도 철강 고급재 시장이라고 하는 자동차의 강판, 조선, 가전제품 등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이 고급재 시장이 향후 현대제철의 성장 점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겁니다. 

현대제철에는 고급재 시장 관련 우군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거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배를 짓는데 핵심인 후판을 공급받는데, 현대제철·포스코·동국제강 등 3사와 주로 손을 잡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이 물량이 모두 현대제철로 집중될 공산이 크죠. 또 현대자동차에서는 경량화를 위해 차량용 알루미늄 판재 비중을 지금의 40%에서 80%까지 대폭 올린다고 하는데요. 현대제철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겁니다. 

안동일 사장이 철강 생산파트에서 오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될 걸로 봅니다. 또한 안 사장이 포스코에서 재무와 구매 등 살림살이를 맡았던 경험도 현대제철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에 있어 탁월한 경영의 묘를 보여줄 걸로 기대가 모아집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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