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초 사이의 ‘낯바꾸기 사장님’

A사장은 회사의 사원들로부터 칠면조, 카멜레온, 삼한사온 등의 별명으로 불리운다. 그의 낯바꾸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재떨이를 집어던지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인상을 쓰고 지낸다.
집에서의 그의 행각(?)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그렇지도 않은데 부인과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내일 당장 이혼할 사람처럼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마구 퍼부어대기도 한다. 자녀들에게도 화가 나면 손찌검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그러한 A사장이 왜 칠면조, 카멜레온, 삼한사온(이건 부인이 붙여준 별명이다)등의 별명을 지니게 되었을까?
A사장의 특징은 외부 사람에게, 즉 업무와 관련된 거래처나 고객이나 은행이나 공무원에게는 아주 잘 대한다는 것이다.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다가도 은행 지점장이 나타나거나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운다. ‘0.5초 사이의 낯바꾸기’다.
필자는 그래서 A사장에게 전자동 사장이라는 별명을 하나 선물했다.

속이 문드러져도 웃는 사장님

B사장과 A사장의 다른 점은, A사장이 화를 잘 내는 편에 속한다면 B사장은 전혀 화를 안 낸다는 점이다. 즉 A사장은 화를 냈다가도 필요하면 0.5초 사이에 얼굴을 바꾸는 반면 B사장은 얼굴을 바꿀 필요조차 없이 항상 동일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A사장은 얼굴 바꾸는 데 명수이지만 B사장은 얼굴을 바꿀 필요조차 없이 살아간다. A사장은 화 난 얼굴을 0.5초 사이에 웃는 얼굴로 바꿀 수 있다. 즉 필요에 따라 화 난 얼굴과 웃는 얼굴을 지닐 수가 있다. 자동적으로 언제나 그럴 수가 있다. 그래서 전자동사장님인 것이다.
반면에 B사장은 화 날 일이 있어도 얼굴에 그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CEO가 어찌 화 날 일이 없으랴? 중소기업 CEO는 때로 속이 문드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항상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다.
필요에 의해 밝은 얼굴을 보여주는 A사장과 달리 B사장은 언제나 그런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B사장에게 ‘전천후사장’이라는 별명을 하나 선물했다.

아마추어는 마음대로 웃지 못해

A와 B는 똑같이 유통업계 출신이다. 고객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에서 뼈가 굵었고 CEO가 된 뒤에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창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팔아야 회사가 산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인들이다. 어떤 경우에도 소비자가 회사보다 옳다는 신조 하에 경영을 하고 있어 경쟁 타사보다는 늘 앞서 있고 수익성도 높다.
A사장은 필요에 의해서 표정관리를 하는 사람인데, 그나마도 아주 능숙하다. 소리 내어 통곡을 하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자동적으로 얼굴 가득히 웃음을 흘릴 수 있으니 그야 말로 전자동이다.
최고경영자는 운명적으로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를 CEO는 없다. 다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이다. A사장 정도만 되도 우수한 편이다. 화를 내다가도 찾아 온 손님에게 사교적인 웃음을 환하게 웃을 수만 있어도 상당한 경영인이다.
그러나 구태어 말하라면 ‘전자동사장님’보다는 ‘전천후사장님’이 돼야 한다. 사장은 항상 웃고 있어야 한다. 사장은 웃지 않을 자유도 사실은 없다. ‘내 얼굴은 차라리 내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사장에게는 필요하다.
항상 웃을 수 있어야 한다. 표정은 마음의 외적인 표현이다. 마음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 표정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아직은 아마추어다. 얼굴 표정에 따라 마음도 바꿀 수 있다는 데에 이르러야 프로이고 CEO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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