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하자 근로계약서 빼돌려 소송위협
‘재직 중 부정행위’등 압박카드 확보해놔야

얼마 전에 한국공장의 한 주재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6개월 전에 채용한 중국인 부총경리(사장)의 해고 문제로 상담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1년 전에 중국 로컬공장을 인수한 후, 처음부터 ‘현지화 경영’을 하겠다며,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중국인 부총경리를 파격적인 대우로 채용했다. 

그는 인사, 재무 등 관리부문을 관장했는데, 직원들과 계속 마찰을 빚는 통에 회사는 6개월 근무한 부총경리에게 해고결정을 알리고, 1.5개월분의 퇴직금(경제보상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거절 당했다. 

부총경리는 자신이 근로계약서 미체결 상태에서 고용됐다며, 그 페널티까지 포함해 회사 측에 보상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부총경리급의 고임금자를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만, 인사과에 확인해 보니 정말로 그의 근로계약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회사는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지 않고 성급하게 해고통지를 함으로써 상대가 선수를 치는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부총경리는 회사의 관리파트를 장악하고 있는 고위직이라 회사와 마찰이 생길 경우 본인의 근로계약서를 빼돌리는 일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따라서 회사는 해고조치 전에 우선적으로 부총경리 근로계약서의 회수가 필요했다. 동시에, 재직기간 중 허위 비용정산, 월권, 부정행위 등 협상 시 압박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내사했어야 했다.

일이 벌어진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부총경리의 소송위협에 맞서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대응해 볼 수 있다.

먼저, 헤드헌팅회사에서 상기 회사에 제시한 고용 오퍼문서다. 이 안에는 임금, 계약기간, 직위 등 근로계약서에 유사한 근로조건들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이것을 ‘유사’근로계약서라고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다.

또 부총경리가 직원 채용 시, 직원들의 근로계약 품의서에 서명한 문건의 확보도 필요하다. 이는 곧 부총경리가 근로계약의 체결과 보존관리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고방식도 다르고 외국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현지인에게 경영관리를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내부 역량이 축적되고 통제장치가 성숙된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이다. 
 

- 이평복 BKC 고문 / news.kotra.or.kr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