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오는 22일이 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고 수장 자리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오릅니다. 

그동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3세 경영자로 여러 공식석상(특히 해외 신차출품 행사)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줬었지만, 대표이사 신분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2세 경영자로서 줄곧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왔는데요. 지난달 26일 열린 현대차그룹의 이사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안건이 공식 상정됐고, 이번 22일 주주총회에서 별 이상이 없다면 원안 그대로 확정될 겁니다.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와 지주사가 될 예정인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되는 건데요. 경영지분 상 3세 경영체제가 확고해 집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당장 떠오르는 이슈 3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첫번째 이슈는 경영자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불기 시작한 ‘정의선의 개혁’입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게 되는 건데요. 

지난 1999년 구매담당 이사로 입사해 2005년부터 5년간 기아차 대표이사를 지냈고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탄탄하게 내부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는 건데요. 3세 경영체제가 확고해지면 정의선 부회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수적인 그룹문화를 바꾸는 건데요. 최근 현대차그룹이 드디어 평일 업무시간에 직원들의 캐주얼 복장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현대차는 줄곧 넥타이 차림의 정장을 유독 고수해 왔었습니다. 

또한 재계 10대 기업 가운데 최초로 정기 공채를 없앴습니다. 또 계열사 CEO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순혈주의에 따른 연차 중심, 기수 중심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누가 됐든 능력 중심의 평가를 하자는 인사 시스템인 거죠. 

두번째 이슈는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입니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서 현대차는 주주 배당금으로 1조1000억원을 확정했는데요. 주주인 엘리엇이 무려 5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엘리엇은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모비스의 지분을 2~3%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현대차 말고도 모비스, 기아차 배당금까지 엘리엇이 요구하는대로 지급한다면 무려 8조3000억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현재 현대차는 수익이나 매출 면에서 위기 상황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바쁜 상황에서 무리한 배당이 가능하지 않겠지요.

현대차는 일단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엘리엇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엇이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과 별개로 배당금 이슈를 다시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는 최고경영자가 되는 동시에 처음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마지막 이슈는 기술경쟁입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23년까지 미래기술을 위해 총 45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9조원을 투자하는 겁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재 가솔린, 디젤 등 신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20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투입하고, 미래차 자동차 기술에는 14조7000억원을 씁니다. 

이밖에도 노후 생산설비 개선에 10조3000억원을 쏟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투자는 정의선 시대를 위한 중장기 플랜입니다. 다시 말해 제대로 씨앗을 뿌려야 값진 과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시기란 뜻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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