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공동사업 함께 만드는 미래]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

▲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은 조합원사의 판로확대를 위한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조합이 참가한 각종 국제전시회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조합원사 관계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한창이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과학기기는 수입산이 대부분이었다. 1950~60년대에는 해외에서 원조를 받은 과학기자재를 사용했고,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진 뒤에도 해외제품을 수입해 유통시키는 것이 과학기기업계의 풍토였다.

그러던 1980년대 초반 과학기기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초·중학교에서 과학교육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과학기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기기업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지금처럼 해외제품을 유통시키는 사업체계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해서 공급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초·중학교 교육부터 우리 손으로 만든 과학기기로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국산화 뜻 모아 판로 확보

유통에서 벗어나 제조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같은 뜻이 모아져 1984년 설립된 것이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홍윤식)이다.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 조합원사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뉜다. 첫번째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과학실험에 사용되는 교육기자재를 생산하는 교육 및 실험장비 업체, 두번째는 일반연구소나 기업연구소 등에서 사용되는 연구실험장비를 생산하는 업체, 세번째는 디지털고등학교나 폴리텍대학 등의 현장에서 기술자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장비를 만드는 업체이다. 

세 분야의 제품 특성과 기술영역의 차이가 큰 까닭에 교육기자재를 만드는 업체는 교육기자재만, 교육훈련장비를 만드는 업체는 교육훈련장비만 생산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조합이 설립된 이후, 1980년대 중반 과학기기는 조달청 외 79개 시·군 교육청에 납품을 시작했으며, 이어서 교육 및 실험용 과학기기를 생산하는 조합원사의 판로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과학기기교재의 판로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이후에도 조합은 과학기기 기술 개발을 위한 역할을 계속했다. 

조합 1층에 기술개발연구소를 개소해 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과학기기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조합원사의 여건상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 개발에 주력해 조합원사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10년 정도 기술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조합원사의 기술개발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후에는 조합원사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조합원사의 제품을 소개하는 종합 카탈로그를 제작해 관련 교육기관에 지속적으로 배포했다.

이와 함께 조합 홈페이지에 쇼핑몰을 운영했다. 쇼핑몰에 조합원사의 제품을 올린 후 수요업체에서 제품 구매를 요청하면 조합원사와 매칭하는 방식으로 조합원사의 수익에 도움을 주었다.

조합원사들이 생산하는 과학기기와 실험장비 산업은 교육정책과 과학진흥 정책에 따라 국내 시장의 수요가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 산업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사업의 업황이 결정되기 때문에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매출신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판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과학기기업계가 새로운 판로 확보를 위해 고민하던 시절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해외시장이다.

홍윤식 이사장은 “2002년 무렵 조사를 해보니 아시아권에서 과학기기를 만드는 국가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뿐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수입하고, 대부분의 나라에는 과학기기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때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2005년부터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을 공동과제로 시작했다. 때마침 정부에서 해외전시회 참가를 위한 제도 정착을 제안한 것이 조합의 해외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됐다. 조합은 2005년 이후 현재까지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해외시장개척 컨소시엄, 해외유관기관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발판 구축

해외전시회 참가지원은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0년까지는 매년 2~3회의 해외전시회 참여에 그쳤지만, 조합원사의 제품이 해외 바이어에게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최근 5년 동안에는 연간 7회 해외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홍윤식 이사장은 “초창기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때는 한국관의 개념 없이 조합원사들이 전시장 이곳저곳에 흩어져 부스를 설치했다”면서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조합원사의 부스를 위치하도록 하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7년부터 참가해온 두바이 실험장비전시회인 아랍랩(Arab Lab, UAE 두바이) 전시회는 10개 조합원사가 참가하다가 현재는 25개 이상의 조합원사가 참가하는 중형 전시회로 부상했다. 

해외전시회를 통한 조합원사의 판매실적도 매년 30% 이상 증가하면서 해외전시회는 조합원사의 해외시장 진출의 중요한 판로가 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조합원사들이 해외전시회를 참가하면서 견문을 높였다는 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과학기기제품은 제품의 기술력에 비해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외 업체의 제품을 접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고, 디자인 하나에도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또한 첨단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여타 국가 제품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해 해외 경쟁업체들의 품질과 기술, 디자인을 참관한 것은 조합원사의 견문을 넓히고 제품의 퀼리티를 향상시키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국산제품의 경쟁력까지 제고시키는 효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조합의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은 조합원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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