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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는 中企 지원사업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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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호] 승인 2019.04.08  14: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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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업마당(www.bizinfo.go.kr)은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물론 각 부처,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특히 정책차림표를 보면, ‘한 상 차림’이다. 항목을 클릭하면, 온라인으로 바로 신청까지 가능하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꼭 기업마당에 가보길 권한다. 

그런데 지원사업이 너무 많다. 지난 3일 기준으로 1970개다. 보통 3월이나 4월에 지원사업이 가장 많다. 예산을 편성하고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하니 지금이 1년 중 지원사업이 가장 많은 시기다. 

지원사업이 많은 이유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사업체의 99.9%이다. 대기업은 0.1%에 불과하다. 1개 중소기업과 1개 대기업을 비교하면 중소기업은 가치가 작다. 경쟁력도 부족하고, 부가가치는 비교조차 어렵다. 그러나 그런 1개 중소기업이 367만개가 있다. 그들이 만드는 일자리가 수십만개고 생산이 1000조원이 넘는다.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업종이 다양하고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사업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정치가 중소기업에 관여한다. 정치는 형평성을 강조한다. 누군 지원받고, 누군 지원받지 못하면 정치는 호들갑을 떤다. 가능하면 불만을 없애야 한다. 예산은 정해져 있으니 ‘쪼개기’ 지원이 불가피하다. 업체당 지원규모는 작아진다. 

게다가 정치는 늘 성과를 집요하게 묻는다. 지원사업을 수행한 기관은 정기국회가 열리고,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쯤 지원사업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 성과가 작으면 국회는 기관을 질책하고 정부는 예산을 깎는다. 쥐꼬리만 한 지원금을 주고 1년도 채 안 돼 성과를 내야 하니 중소기업과 지원기관 모두 불만이 쌓인다.

정치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는다. 지원규모가 작다고 하니 갖은 수단을 동원해 예산을 늘린다. 기존 사업이 워낙 많으니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하고 이름을 바꾼 유사한 사업을 만든다. 그 결과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1970개에 달하고 지금도 누군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업을 만들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게 중소기업을 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쯤되면 걱정이 앞선다. 지원금과 사업이 많아지면 중소기업에 도움이되니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원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행해진다. 

국민은 국회처럼 닦달하지 않지만 언젠가 성과를 확인할 것이다. 성과가 작다면 국민은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고, 대기업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커지고, 커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먼저 중소기업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367만개 중소기업이 가지는 경제 가치를 찾고, 이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을 더 할 필요는 없다. 1970개 사업을 개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소기업의 역할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 보니 ‘창업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러나 실패한 창업이 더 많음을 고려할때 정부의 창업 지원이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다시 봐야 한다. 기존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많은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창업 관련 정책자금을 줄여 이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사업의 성과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성과는 일자리로 단순화해 측정하고 반영해야 한다. 지원금을 나눠주고 성과를 묻지 말고 기업이 지원금을 가져가게 하고, 이런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성과로 물으면 된다. 이게 정책혁신이다. 정책이 혁신하지 못하면 기업의 혁신을 지원할 자격도 없다.

 

-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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