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1000만 영화만도 7편…‘극한직업’4배 장사

금융권 ‘똘똘한 수익원’발굴 주도

영화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대박 흥행을 이어가자 투자사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극한직업의 영화 스토리는 경찰 마약수사반이 치킨 가게를 위장 운영하며 벌이는 유쾌한 수사극이다. 아무튼 투자사 중에 가장 웃음꽃이 핀 곳이 IBK기업은행이라고 한다. 

기업은행은 직접투자 7억원, 간접투자 9000만원을 했는데, 이번 극한직업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247만명이었다고 한다. 이병헌 감독도 이 영화를 제작할 때 손익분기점 300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160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웃음이 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기록 갈아치우다

극한직업은 정말 역대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며 개봉과 동시에 흥행돌풍을 시작했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를 달성하더니 1600만 돌파 이후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것이다. 여기서 극한직업의 제작비와 매출액을 비교하면 총 제작비는 95억원이 들어갔다. 단순 누적 매출액은 3월 4일 기준으로 1380억원이다. 단순 비교로 약 14배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어찌됐든 8억원 정도를 투자한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초대박을 기록한 것이다. 그것도 고예산 영화인 블록버스터도 아닌 극한직업은 투자 대비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서 얘기한 수익률을 그대로 가져갔다면 기업은행은 14배 수익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구체적인 수익률은 사실 비공개라고 한다. 영화마다 계약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업계에서 계산하는 손익 방식으로 따진다면 영화 극한직업의 총수익 1380억원에서 부가가치세 10%인 138억원을 빼고 영화발전기금 3%를 41억원도 빼야 한다. 극장사용료도 540억원 정도 빠지게 된다. 또 배급사 수수료가 66억원 정도 나간다. 마지막으로 제작비가 95억원 빼야 한다. 이것저것 다 빼면 투자사와 제작사 수익은 500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뺄 것만 있는 게 아니고 추가할 수익도 있을 것이다. 바로 DVD 판권 등 2차 제작물 수익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은 최대 약 400%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4배 장사가 된 것이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그동안 수많은 영화의 투자사로 활약을 했다. 예를 들어 신과함께 1, 2(2668만명), 부산행(1156만), 베테랑(1341만), 국제시장(1426만), 명량(1761만) 등 1000만 영화만 7편을 기록했다. 이정도면 기업은행이 영화사를 차려도 될 정도가 아닌가 싶을 것이다. 

지난 2018년 투자한 영화만 17편인데 손익분기점 즉 남는 장사를 한 영화만도 9편이다. 보통 영화판에서는 이걸 두고 승률이라고 하는데, 업계에서는 상업영화 10편 중 손익분기점 넘는 영화가 2~3편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승률 면에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53%를 기록하면서 어떤 영화 투자사보다 양호한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3할을 치는 게 보통수준인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5할의 타자라는 것이다.

극한직업에서만 400% 수익을 올린 것은 수익률면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신과함께 1, 2에서 수익률 133%를, 리틀포레스트는 150만명 관객을 기록했지만 저예산 영화라서 수익률 113%를 기록했다. 이어 탐정:리턴즈(315만명)에서는 95%를, 아이캔스피크(328만명) 60%를 달성했다.

그런데 투자에 실패한 영화도 제법 있었다. 예를 들어 ‘좋아해줘’ ‘관능의 법칙’ ‘무뢰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화장’ 등이다. 

문화콘텐츠 사업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불안한 업종이긴 하다. 불특정 다수인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개봉 시기에 같이 상영하는 다른 경쟁작이 무엇이냐가 성공확률의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왜 실패 했나” 데이터로 축적

하지만 투자 실패를 실패로만 남겨두지 않는 기업은행은 영화의 성패에 관계없이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축적을 했다. 실패 경험에서 투자 정확도를 높이는 해법을 찾았던 것이다. 금융시장이 주 무대인 기업은행이 낯선 문화콘텐츠 시장에 투자해서 성공한 비결도 여기에 있지 않았나 싶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아주 고위험산업이다. 더구나 문화콘텐츠와 거리가 먼 금융기업의 투자성공은 상당히 대단한 일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은행은 2012년에 시중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문화콘텐츠 지원부서인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해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투자해 왔다. 

앞서 신과 함께, 명량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투자했지만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처럼 사회적 의미를 담은 양질의 저예산 영화들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투자해왔던 것이다. 투자비용도 2017, 2018년 4000억원씩 지원했고 올해도 4000억원을 투자한다. 매년 4000억원의 투자를 한다고 한다.

기업은행의 투자성공 전략을 보면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우선 내가 보고 싶을 것 같은 영화에 기업은행이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투자 결정 후에는 작품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사업을 위해 별도 부서도 만들고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별도 조직이 생긴 시기는 2012년 조준희 전 은행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데,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일본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품성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세계적 대작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기술진 10명중 8명이 한국인이었던 것 때문에 더욱 문화콘텐츠 융성의 중요성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인들이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탁월한 DNA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제대로 된 금융지원시스템만 뒷받침 된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지금의 기업은행 전담부서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준희 전 은행장의 뜻을 뒤를 이어 권선주 전 은행장 현 김도진 은행장이 이어받았다는 게 놀랍다. 김도진 은행장은 문화콘텐츠 사업 등 비은행 부문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그는 “은행의 90% 이상 편중된 예금, 대출 이자수익 구조를 하루 빨리 바꿔나가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비은행부문이 20% 이상 매출을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만들어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산업 전반에 대출과 투자 등으로 지원하고 있고, 2011~2013년까지 5296억원, 2014~2016년에는 1조1208억원 투자한데 이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4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대규모 문화콘텐츠 투자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 상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분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

그런데 정말 문화콘텐츠 사업이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를 만드는 곳이 제작사이고, 영화를 투자해서 배급하는 곳이 투자 및 배급사인데, 자본이 있는 은행과 투자 배급사의 만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거의 없다고 본다. 엔딩크레딧에 보면 흥행하지 못한 영화라도 투자사로 당당히 기업은행의 이름을 올리면서 문화사업에 투자한다는 대대적인 홍보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잘되면 명분과 수익도 본다.

그리고 영화산업에 투자하면 회계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 영화진흥법에 따라서. 정리하자면 홍보에 명분과 수익 확보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 투자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극한직업 투자사 중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신한은행은 2016년 12월에 신한은행 대성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했고 70억원 규모의 펀드에 50억원을 투입했다. 그동안 군함도 더킹 남한산성 공작 등에 투자했다. 

우리은행은 2017년 3월 120억 규모의 우리은행-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조합을 만들고 30억원 가량을 투자해 4년 동안 주요배급사가 배급하는 상업영화 100편에 모두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은행업계는 악화되어가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 창출 도모에 적극 나서는 중이기에 앞으로 은행권의 영화 투자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 전체 운용 가능 자산과 비교하면 문화콘텐츠 투자 규모는 크지가 않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영화 택시운전사에 3억원 간접 투자를 했는데,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500만명인데 누적관객수 1200만이 넘으면서 우리은행에 큰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렇게 금융권이 문화에 뛰어드는 것은 결국 4차 산업혁명의 풍선효과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최근 금융시장에 핀테크 기업들이 간편송금 서비스 등 기존 금융 업무를 바꾸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해진 급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문화콘텐츠 시장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투자 배급사는 창의적인 동시에 재무적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잘 한 것은 오로지 재무만을 담당하고 영화제작사에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영화는 재무가 잘 조합이 되어야 하는 종합예술이 아닌가싶다. 앞으로 기업은행이 어떤 영화에 투자를 해서 대박흥행을 이어갈지 기대가 된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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