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대표적인 명소라 하면 운주사다. 운주사를 찾아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곳이 능주. 능주에는 조선 중종때 선비 조광조가 기묘사화를 당해 귀양왔다가 사약을 받고 죽은 터와 그를 추모하는 ‘조광조 적려 유적비’가 있다. 조광조는 능주로 유배된 후 한달 후에 사약을 받았다. 노련한 훈구 세력들이 그를 죽이고 그의 지지 세력을 완전히 없애고자 했기 때문.
능주군 남정리의 조광조 유적지(전라남도 기념물 제41호)로 지정된 추모비는 능주 목사였던 민영로가 세운 것이다. 담양 소쇄원을 만들었던 양사헌도 스승 조광조를 따라 고향에 내려와 은둔했다고 한다. 잠시 그를 만나보고 떠나는 것은 어떨런지.

조광조 유적비를 뒤로 하고 달려가면 운주사 가는 길. 운주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불산 다탑봉 아래 골짜기에 흐트러져 있는 불상과 탑이 반긴다. 신라 말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전설의 천년고찰.
입구의 구층석탑에서 골짜기 안쪽의 항아리탑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탑들이 골짜기 한가운데를 따라 줄지어 서 있고 양쪽 산등성이를 따라서도 드문드문 서 있다.
불상들은 산등성이 곳곳에 흩어져 이끼를 입고 있다. 골짜기 가운데 돌집 안에는 불상 두기가 등을 맞대고 앉아 있고 대웅전 오른편 산등성이에는 거대한 불상 두기가 나란히 누워 있다.
이 운주사 ‘와불’들은 실제로는 와불이 아니라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부처들이다. 이들이 일어나는 날 세상이 바뀐다는 설화의 의도대로 이 거대한 불상들을 세웠더라면 단연 운주사의 중심불이 됐을 것이다.
이 운주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보려면 대웅전 뒤편 산 위의 ‘공사바위’가 적절하다. 마치 사람이 앉았던 것 같은 자국이 파인 이 바윗돌은 그 옛날 천불천탑 불사를 할 때 총감독이 앉아서 내려다보며 지시를 했던 바위라 해 공사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다. 공사바위 아래 암벽에는 마애여래좌상 한 기가 좌우 능선과 발 아래에 돌부처들을 거들먹하게 거느리고 지켜보는 주인공처럼 서있다.
이 골짜기에 돌부처를 무리로 세워 자신들의 기원을 새겨 넣은 것은 어느 때 누구이며 그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운주사를 둘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의문이다. 신라 때의 고승인 운주화상이 신령스러운 거북이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 설이 있고 중국설화의 마고할미가 지었다는 설도 있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것은 도선국사와 관련된 풍수비보설이다. 도선이 우리나라의 지형을 배의 형상으로 보고 배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선복에 무게가 실려야 하므로 선복에 해당하는 이곳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는 영남 쪽에 산이 많고 호남에는 적으므로 배가 동쪽으로 기울어 땅의 정기가 일본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술을 써서 하루만에 천불천탑을 세웠다고도 한다.
풍수비보설 못지 않게 널리 퍼져 있는 설은 미륵신앙과 관련된 것들이다. 주로 운주사 부처들의 파격적이고 민중적인 이미지에서 뒷받침을 얻은 것들로, 이곳을 반란을 일으킨 노비와 천민들이 미륵이 도래하는 용화세계를 기원하며 신분해방운동을 일으켰던 일종의 해방구로 추정해 그들의 염원으로 천불천탑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다.
운주사에 대한 발굴조사 등 실제적인 연구는 상당히 늦게서야 이뤄졌다. 1984년부터 네 차례에 걸친 전남대 박물관의 발굴조사에서 운주사 본래의 절터는 현재 대웅전이 있는 곳이 아니라 훨씬 아래쪽, 지금 주차장이 있는 곳 위의 밭 근처였음이 밝혀졌다. 10~11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해무리굽 청자조각과 순청자 접시조각, 금동여래입상 등이 출토돼 운주사 창건시기가 고려 초기까지 소급되게 됐고 고려 중기의 상감청자조각과 14~15세기의 청자조각이 상당히 많이 발굴됨으로써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매우 번창했음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으로 폐찰된 후 논밭으로 변했던 운주사는 1918년에 중건됐고 근래에 번듯한 대웅전이 새로 지어졌다. 절 주변이 사적 제312호로 지정돼 있으며 입구쪽에 있는 구층석탑과 중심부의 석불감쌍배불좌상, 그 뒤에 있는 원형다층석탑이 각각 보물 제796, 797, 798호로 지정돼 있었다.
■대중교통 : 광주~운주사행 군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되며 1시간 20분 소요.
■자가운전 : 화순읍 중앙병원 앞에서 29번 국도로 능주 사거리까지 10㎞ 가서 오른쪽으로 난 822번 지방도를 따라 남평쪽으로 5.6km 가서 왼쪽으로 난 8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해 8.4km 가면 도암. 도암에서 818번 지방도를 따라 직진해 다도쪽으로 3.1km 더 가면 오른쪽에 운주사 가는 길. 광주대학교에서 칠구재터널을 지나 도곡온천을 경유해 평리사거리로 가는 도로가 신설됐다.
■별미집·숙박 : 운주사 앞에는 오랜 연륜을 가진 추어탕 전문점 용강식당(061-374-0920)이나 드들강 물고기(061-334-7304) 집등이 있다. 도곡온천쪽에 있는 달맞이 흑두부(061-375-8465)는 검정콩을 이용한 두부와 청국장 맛이 괜찮다. 또 화순읍내에는 아주 소문난 염소고기 집이 있다. 약산가든(061-373-9292)인데 주택가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숙박은 도곡온천쪽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나주 불회사와 동백숲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에 있는 불회사(061-337-3440)는 백양사의 말사로, 운흥사터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덕룡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불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왕방울만한 눈이 뚝 불거져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 돌장승이 반기고 있다. 호젓한 산길로 들어서면 화려하지 않은 불회사가 반긴다. 무엇보다 불회사 뒤편에 있는 동백나무숲이 눈길을 잡아 끈다. 그 어느 곳의 동백숲에 뒤지지 않지만 찾는 이는 많지 않다. 가장 이른 시기에 불교가 전래된 도량인 불회사에는 지방유형문화재 3호인 대웅전과 명부전, 삼성각, 나한전, 요사채가 동백나무 숲을 병풍처럼 뒤에 두르고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 대웅전에 안치된 삼존불 중 비로자나불은 종이로 만든 지불로 유명하다.
계곡은 깊지 않아 산의 참맛은 덜하나 절 주위의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등의 숲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청정한 나주호 주변의 드라이브코스가 여행의 기쁨을 더해준다. 지척에 있는 화순 운주사와 연계코스는 필수적이다.

◇사진설명 : 운주사 계곡과 산등성이에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석불과 석탑들이 즐비하다.

이혜숙 여행작가
http://www.hyeso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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