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매출부진에 따른 경영난에 이어 원자재 가격 폭등 및 물량부족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자금난이라는 또하나의 충격을 받을 듯 하다.
중소기업에게 있어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에 금융권으로부터 불어올 바람은 그 강도가 예전과 비교해서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및 정부당국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2002년말 1.98%에서 2003년말 3% 가까이 꾸준히 상승해 중소기업의 신용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대출회수 및 여신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격한 보증감소 신용경색 가중돼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지난 97년 금융외환위기시 부실채권 과다보유와 BIS자기자본비율 미달 등으로 합병 등 뼈저린 구조조정을 경험한 바 있기에 수익기관으로써 사전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당위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정부에서 가계부실 문제와 카드사태 및 신용불량자등 경제현안에 대한 처리미숙 및 후유증을 재차 밟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쥐어 짜겠다는 데 있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잔액증가율을 경제성장률 또는 총통화증가율과 연동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수단의 하나다.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경우 보증잔액증가율을 3%대에 묶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융기관이 중소기업금융을 취급할 때 신용보증을 활용한 비중이 IMF외환위기후 꾸준히 증가해 2003년 11월 기준 12.2%를 차지하고 있어 급격한 보증감소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다시 실물경제의 침체와 같은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다.
경험적으로도 신용보증 활용도가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자기자본비율과 ROE가 높은 것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에 대한 선진신용기법이 정착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의 신용보증활용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를 반감할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정부는 막대한 공공사업을 벌이는 등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을 유인 하는데 신용보증정책은 조세정책과 더불어 국내총생산 기여율이 높고 부가가치유발도 및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돼 경제에 충격이 발생할때마다 경기활성화정책으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 바 있다.
80년도 유가파동 및 92년 금융실명제때에나 97년 금융외환위기때에 보증공급규모를 늘림으로써 위기를 극복한 예가 있다.
따라서 보증공급규모의 급속한 감축은 중소기업대출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책목표 달성보다는 신용경색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재정정책을 국민소득, 생산, 고용에 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는데 마치 신용대란이 중소기업의 부실에서 초래할 것이라고 예단해 앞장서서 신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최근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특별세액공제제도와 같은 정책과도 괴리가 있으며 정책의 신뢰성 마저 잃을 것이다.
일자리란 우리 경제에 활력있는 다수(vital majority)를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사업하고자 하는 의욕이 왕성할 때 늘어나는 것으로 이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때 과연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中企의 위험동반자 역할 확대를
정부는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대기업의 위험동반자 역할을 자임해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소기업의 위험동반자가 돼 우리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경기침체를 탈출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정부나 대부분의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공통의 필요성(common necessity)이 존재하는 산업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경기가 어려워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예상될 때 정부에서 막대한 신용보증을 공급해 중소기업의 기업의욕을 고취시키고 금융기관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길종
기술신용보증기금 팀장·경제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