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에 40여명의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불러 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의식한 듯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등 일련의 대외 개방 조치를 쏟아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6일 베이징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외자 시장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 금지 대상인 네거티브 리스트를 크게 줄이고 서비스업, 제조업 등에서 전방위적 대외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포럼은 ‘일대일로 공동건설 및 아름다운 미래의 개척’을 주제로, 중국이 일대일로 추진전략과 세부과제를 소개하고 각국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포럼엔 37개국 정상과 2개 국제기구 수장, 100여개국 장관급이 참석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중 무역 분쟁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중국의 개방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타결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외자의 지분 소유와 독자 경영을 더 많이 허용하겠다”면서 “자유무역 실험구와 자유무역항 건설을 가속하며 공급자 측 구조 개혁을 통해 과잉 생산을 도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재권 보호 강화는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외국인의 지재권 관련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지재권 침해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인민의 생활 수요 충족을 위해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며 중국 시장의 대문을 끊임없이 열겠다”면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으며 외국의 질 좋은 농산물과 제품을 수입해 균형 있는 무역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안화 절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환율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대외 개방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시 주석은 “시장을 왜곡하는 비합리적인 규정과 보조금 등을 없애고 시장화와 법치화를 통해 경영 환경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처럼 미국을 염두에 둔 개방 조치를 약속하면서도 패권 정책 ‘일대일로’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대일로 건설로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개척했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면서 “일대일로 건설은 세계 각국 발전에 새 기회를 제공했고 중국의 개방과 발전에 신천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 일대일로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면서 실크로드 펀드와 다자간 개발 융자 협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채무 함정 외교’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일대일로 융자 지침과 채무 지속 가능성 분석 체계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중국을 방문해 상업무역 담당 부총리와 한·중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포럼에서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소개하고 일대일로와 접점을 모색했다. 

또한 후춘화 중국 상업무역담당 부총리와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장관 등과 양자면담도 진행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