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지구촌 돌며‘완제기 세일즈’로 실적개선 구슬땀

새 먹거리로 ‘중형 민항기’낙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을 대표하는 군수방위산업체다. 하지만 올해 첫 분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놨는데,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KF-X)이 예상만큼 성적표를 뽑지 못한 탓이 크다.

KAI는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629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23억원을, 순이익은 419억원이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1.3%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 3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1%로 1년 전보다 1.3% 포인트 낮아졌다.

KAI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컸었다. KF-X 개발 매출이 늘어 실적에 반영되고, 과거 쌓아둔 이라크 기지재건 사업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이익에 더해질 것이 예상됐기에 그랬다. 하지만 KF-X 개발사업 매출은 기대보다 적게 잡혔고, 다시 들어온 이라크 사업 충당금보다 더 많은 비용이 장부에서 빠져나간 탓에 1분기 실적이 쪼그라든 측면이 있다. 

KAI의 최근 몇 년은 힘들었다. 각종 부정과 어닝 쇼크로 얼룩졌던 과거를 지난해 실적을 통해 깨끗이 씻어내기는 했지만, 올해는 주요 군수 프로젝트 등 항공기 제작 사업을 정상궤도로 올려서 몸집을 키우고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 과제다. 이러한 미션은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김조원 KAI 사장의 숙명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 돌며 완제기 수출 총력

최근에 김조원 사장은 세계를 돌며 완제기(完製機)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KAI의 주력품은 완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수십 년간 개발해온 ‘T-50’ 계열의 고등훈련기와 ‘수리온’ 계열의 헬기가 KAI의 완제기 중에 대표모델이다.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 4400억원, 2014년에 필리핀에 4700억원, 2015~2016년 태국에 4100억원에 판 것도 모두 이 완제기 모델들이었다고 한다. 김조원 사장에겐 2020년까지 KAI를 세계 15대 항공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가 있는데, 그 모든 원동력이 바로 완제기 수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오는 5월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최초로 열리는 ‘방산전시회(FEINDEF 2019)’와 6월 중순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리 에어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그는 이러한 국제 전시회에서 세일즈 마케터로 뛰면서 KAI의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멕시코 산타루치아 공군기지에서 열린 항공보안 방산전시회(FAMEX 2019)에 참석한 뒤 곧바로 아르헨티나로 날아가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KAI의 경공격기 FA-50과 기동헬기 수리온의 장점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말 그대로 동분서주 하고 있는 중이다.

3월말에는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LIMA 2019)’에 참가해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났고 이어 국방총사령관, 공군사령관 등을 차례로 미팅하면서 KAI 완제기 수출방안을 협상했다. 지난 3월 이후 완제기 수출과 관련해 매달 해외출장을 다니고 있는 것인데, 김 사장이 직접 발품을 팔며 국제 방산전시회에 참석을 하게 되면 일반 직원이 미팅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협상상대의 수준을 맞출 수 있고 그만큼 진척을 빨리 이룰 수 있다. 

KAI의 강점이 완제기이지만, 수출 면에서는 그동안 약점 아닌 약점으로 평가 받아왔다. 김조원 사장은 지난 2017년 10월 KAI의 대표이사에 취임해 최근 임기의 절반을 돌았는데, 그 사이 KAI는 탄탄한 민수사업을 바탕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반면 완제기 사업에서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 기본훈련기 KT-1의 수출 계약을 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지난해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과 함께 필리핀 수리온 수출이 연달아 불발이 되면서 KAI의 완제기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일도 있었다. 완제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실적개선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KAI는 지난해 말부터 완제기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FA-50의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KAI는 지난해까지 완제기 수주잔고가 8259억원 규모라고 한다. 1년 전보다 12% 줄어든 수치로 전체 수주잔고에서 완제기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기준으로 4.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완제기 사업이 활주로에서 동력을 얻고 비상을 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KAI의 경영쇄신 속도 올린 장본인

김조원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KAI의 경영 정상화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뼈를 깎는 쇄신 작업을 속도 있게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장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선언한 지 나흘 만인 2017년 10월30일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업 전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각오를 경영시스템으로 만들어낸 것만 봐도 김 사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영혁신위원회는 5개 분야, 8개 부문의 세부 혁신과제 80개를 제시했고, 특히 김조원 사장은 경영혁신위원회의 개선방안을 반영해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무엇보다도 김조원 사장은 임원들을 물갈이하는 데 속도를 올렸지만 KAI는 안타깝게도 방산비리 수사로 고위임원 7명이 재판에 넘겨진 일이 있었다. 이에 지난 2017년 11월 김 사장은 이들에 대해 보직에서 해임을 결정했다. 회계분식과 사기대출,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등 여러 비리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임원들과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 힘들다고 보고 서둘러 보직 해임 인사를 한 것이다. 

김조원 사장이 KAI에 2017년 10월10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선임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낯선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KAI는 검찰의 수사에 따라 여러 비리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원 출신의 김조원 사장을 새 수장으로 앉혀 대외적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뜻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다. 반대로 방위산업 경영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김 사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조원 사장은 감사원에서 20년 넘게 일한 정통적인 관료 출신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지내는 등 경험치가 있었다. 아무튼 그의 등판으로 KAI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강화됐고 이것이 다시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경영 정상화 방향으로 기수를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KAI의 지난 CEO들이 대부분 항공과 방산 쪽 지식이 충만했던 인물이었던 것은 맞지만, 이 사업 자체가 정부와 협업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세일즈를 펼쳐야 하는 복잡한 일이기에 김조원 사장과 같은 인물이 이 시기에 등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는 보인다. 

 

신뢰회복과 실적개선 두 마리 토끼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모든 의사 결정은 이른바 ‘듀 프로세스(due process: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입니다. 과거 개인에게서 생긴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야 합니다.” 지난해 5월16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조원 사장이 밝힌 말이다.

아무튼 KAI의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2017년 7월에 불거진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과정에서 채용비리와 협력기업을 통한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 각종 의혹으로 대외 신뢰도는 많이 추락한 바 있었다. 기업의 신뢰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는 있어도 그것을 구축하는 일은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KAI의 대외 신뢰도가 현재 시점에서도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욱 단단한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이 필요해 보인다.

또 여러 대형사업 수주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완제기 사업은 앞으로 KAI가 세계적인 방산기업으로 날아오르느냐 마느냐를 판가름지을 바로미터가 된다. 김조원 사장은 중기계획으로 2020년까지 세계 15위 항공우주기업을 목표로 삼고있으며, 장기계획으로는 2030년 세계 5위까지 도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KAI는 이전에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바로 민간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다. 60인 이상 탑승할 수 있는 항공기 개발사업을 말하는데, 세계 탑5에 들어가려면 이것은 필수 모델이라고 한다. 김조원 사장의 KAI는 아직 더 도달해야 하는 수많은 목표와 과제가 쌓여 있다. 김 사장의 어깨가 여전히 무거운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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