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전동 스쿠터 공유 업체 ‘버드’가 판매에 나선 이유

‘버드(Bird)’는 전동 스쿠터(Electric Scooter: 한국에선 전동 킥보드라고 부른다)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7년 4월 미국에서 창업해 그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드는 창업 1년2개월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버드는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기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린 기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기업가치는 20억달러로 추산된다.

최근 버드는 전동 스쿠터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직접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매 시점은 올해 여름으로, 이름은 ‘버드 원’이라고 지었다. 제트 블랙, 도브 화이트, 그리고 일렉트릭 로즈 세가지 색상을 선보일 계획인 버드 원의 판매가격은 1300달러다.

버드는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업체다. 전동 스쿠터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팔겠다는 건 버드의 비즈니스 모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도대체 버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돈’에 있다. 전동 스쿠터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팔아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버드는 사업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기업정보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버드는 5번의 투자에서 4억1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결국 투자자들은 버드가 실제로 이익을 창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버드는 투자자들에게 자사가 전동 스쿠터 1대를 구입하는데 551달러를 지불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동 스쿠터 교체 기간이 평균 2달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버드는 라이드당 평균 3.65달러의 매출을 발생시키는데, 이중 충전 비용으로 1.72달러를, 수리비용으로 0.51달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나 보험, 고객 서비스 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버드 전동 스쿠터 라이드 당 수익은 많아야 1달러를 넘기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평균 10번의 라이드를 수행하고 하루 수익을 10달러로 가정하면, 실제 전동 스쿠터 도입 비용은 대략 1000달러에 육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동 스쿠터 1대당 100일은 운행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런치베이스는 전동 스쿠터 평균 수명이 2달인 상황에서 버드가 계속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트래비스 밴더잰든 버드 CEO는 “버드의 목표는 단순히 ‘공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임대’, ‘소유’에도 있다”며 “우리는 버드 원을 판매해 마진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비스 반더잔덴은 버드를 ‘라스트 마일(Last Mile)’ 공유 서비스 회사라 부른다. 지하철, 버스 등으로 연결되지 않는 ‘마지막 교통 실핏줄’을 잇는 공해 없는 교통수단을 자처한다. 

미국 전문가들은 차량 공유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초소형 교통수단)’로 확장하고 있어 이런 회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미국에서 전동 킥보드는 빠르고 저렴한 이동수단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립교통공무원협회(NACTO)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전동 킥보드 이용은 3850만 회에 달했다. 트래비스 밴더잰든의 계획대로 버드 원이 버드를 적자에서 탈출시켜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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