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전지현 모델로 3년 만에 매출 50배 성장

 ‘샛별배송·풀콜드체인’이 수직상승 견인

지난 1월 11일 배우 전지현이 새벽배송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마켓컬리 모델로 발탁됐다고 했을 때 모두들 마켓컬리라는 기업 보다 전지현에 더 주목을 했을지도 모른다.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평소에 자기 관리가 상당히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30~40대 여성들에게는 워너비와 같이 관심을 끄는 파워가 있기에 그렇다.

전지현이 TV CF광고도 철저하게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소리일 것이다. 그러한 배우 전지현이 올해 첫번째 광고로 선택한 브랜드가 바로 마켓컬리였다. 마켓컬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2015년 론칭된 서비스로 70여 가지의 자체 기준으로 엄선한 신선 식재료부터 줄 서서 먹는 맛집들의 음식까지 판매하는 모바일 프리미엄 마트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엄선한 제품을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마켓컬리를 ‘신선식품업계의 쿠팡’이라고 애칭하는 이유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아주 빠른 배송 시스템이 비슷하기에 붙었다고 한다. 

특히 마켓컬리의 주 이용고객이 강남 엄마라는 사실도 재미난 일이다. 배우 전지현도 평소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었다는 에피소드가 보도되면서 마켓컬리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 개선은 본격적으로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30~40대의 맞벌이 주부들도 평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마켓컬리는 정말 절실한 서비스일 것이다. 

샛별배송을 무기로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마켓컬리는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모델로 쓰면서 마케팅 효과가 정말 제대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TV CF 방영 이후 마켓컬리 이용자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마켓컬리는 떠오르는 샛별처럼 스타트업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분위기다.

 

‘마켓컬리=전지현’공식 각인

올해 전지현 CF 효과는 마켓컬리에게 최고의 전략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3일 마켓컬리는 전지현과 재계약을 맺고 ‘샛별배송’을 주제로 한 TV 광고를 새롭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켓컬리=전지현’이라는 공식을 대중에게 각인하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이번 새 광고는 “샛별이 뜰 때가 가장 신선할 때”라는 메인 카피를 통해 마켓컬리의 가장 큰 특징인 샛별배송으로 신선한 장보기가 가능해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는 마켓컬리의 최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변하는 말인데, 바로 신선식품을 최상의 선도로 안전하게 배송해주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자세히 소개한 것이다.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은 신선식품 산지에서 고객의 집 앞까지의 전 유통과정에서 식품이 가장 신선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마켓컬리의 냉장 배송 시스템을 말한다. 아무래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면, 신선한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최대의 경쟁력일 것이다. 지난 1월 전지현 CF가 마켓컬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 알리는 계기였다면, 이번 CF는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과정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마켓컬리는 현재 신선식품 배송업계 1위다. 지난 2015년 설립 당시 매출은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년 만에 50배 이상 급성장하는 아주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앞서 1월 전지현 CF 방영 이후 폭발적인 이용자 수 증가가 있다고 했는데, 지난 2월 하루 최대 주문 건수가 3만3000건이 넘었고, 3월에는 회원 수가 200만명에 달했다. 이러한 이용자수를 서울 전체 가구 수로 따지면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켓컬리 측에서는 새벽배송을 위해 배송트럭으로 달린 거리가 지난해 한해 동안 313만4637㎞로 지구 78바퀴에 달한다고 소개한다. 마켓컬리가 활약하는 시간대는 새벽이다. 마켓컬리는 부지런하게 남들이 잠든 시간에 역동적으로 성장을 해왔던 것이다.

 

잘나가던 금융인, 창업에 홀릭 

이렇게 한국의 새벽 배송 시장을 창출한 사람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다. 김 대표의 지나온 이력은 유통업계와는 무관한 아주 정통적인 엘리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었다. 김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수석 입학한 뒤로 미국으로 유학 가서 웰슬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 대학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명문대다. 이후 김슬아 대표는 골드만삭스, 맥킨지,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등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일하며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취월장 성장하는 엘리트였다.

그런데 왜 잘 나가는 금융인이 하루아침에 창업의 길을 걷게 된 걸까? 김 대표는 금융인으로의 길에서 더 이상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동기를 못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관심 있던 분야를 집착했다. 그래서 음식 분야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금융업계에서에서 근무할 때도 미쉐린가이드 선정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음식을 즐기고 와인도 꽤 잘 골라 마시는 미식가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직접 요리하려고 식재료를 찾다보니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이 필요하겠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가 결국 비즈니스로 발전했다는 소리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핵심 기둥을 두 가지로 정했다. 앞에서도 잠깐 설명한 내용이지만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신선식품을 집 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과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냉장 상태로 유지하는 ‘풀콜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모든 게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식자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 대표는 마켓컬리에 입점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70개가 넘는 깐깐한 심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모든 상품 심사에 있어 김 대표가 참여해 다른 상품위원회 구성원들과 원재료와 성분, 제조시설, 인증 서류 확인은 물론이고, 직접 맛보는 등 정말 혹독한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배송 시스템을 갖춰도 결국 상품 선정을 제대로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그녀가 출장을 간 때에는 상품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마켓컬리에 신규 입점을 희망하는 상품 중 상품위원회 통과율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먹는 사업에 있어 맛에 대한 책임은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마켓컬리는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류인프라 개선이 향후 숙제

마켓컬리가 2015년부터 막강한 실적을 보이며 성장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스타트업처럼 운영자금에 대한 애로사항을 오래 겪어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 대표에 대한 벤처캐피탈쪽 반응은 긍정적이었던 거 같다.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굵직한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보통 1억원 안팎 수준인 시리즈A 투자 단계에서 무려 50억원이라는 ‘통 큰 투자’를 받았었다. 2016년말에는 170억원, 지난해 9월 670억원, 올해 들어 지난 4월 1000억원 투자까지 이끌어내는 등 김 대표는 투자유치 면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왔다는 건 틀림없다. 

이렇게 넉넉한 투자를 받은 마켓컬리가 올해는 3배까지 매출이 성장할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인 것은 또 아니다. 매출이 성장하는 반면에 마켓컬리는 영업손실폭도 급증하고 있고 신선식품 시장이 떠오르면서 신세계, 롯데, GS, 동원 등 대기업부터 커머스 시장의 강자 쿠팡까지 뛰어들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치열한 경쟁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앞서 마켓컬리가 영업손실폭이 크다고 했는데, 이는 직배송에 따른 막대한 투자와 인력 투입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쿠팡과 비슷하다. 마켓컬리의 작년 영업손실 규모가 337억원이었다. 2017년에는 124억원이었으니 대략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런 적자폭 증가는 판매비와 관리비가 같은 기간 250억원에서 764억원으로 늘어난 탓이 컸다. 여기서 판매비와 관리비에 들어가는 항목이 바로 포장비, 운반비, 광고선전비용 등이다. 

새벽배송은 평일 낮 시간대와 비교해 인건비가 훨씬 비싸다. 일반적인 낮 시간대 물류 배송은 정말 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데 까지 줄인 산업분야이기에 새벽배송은 자칫 잘못하면 많이 팔려도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래서인지 직매입을 하고 직배송을 하는 마켓컬리는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율 낮추는 일에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뭐냐면 애초에 발주의 량을 줄여서 조기 품절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선식품을 밤 11시전까지 주문하면 된다고 하는데, 막상 저녁시간대가 되면 대부분 인기상품은 조기 품절 표시가 뜬다. 폐기율을 1% 이하로 낮추기 위한 마켓컬리의 궁여지책이 아닌가 싶다. 

전지현 광고 효과로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한 것도 좀 부담이 되고 있다. 품절 사태는 더 빨라지고 있는데에 따라 소비자들의 클레임도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물류 인프라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이 초반에 리스크(폐기율)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고객을 끊임없이 끌어들일 수도 없다. 이건 김슬아 대표가 결정할 문제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대기업이 추격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는 높아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제2의 도약과 도전이 필요한 때이다. 

 

- 김규민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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