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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1위‘강소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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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호] 승인 2019.05.27  11: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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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부탄 삼총사’‘풍산 동전’ 등 글로벌시장 점유율 독주

 소리없이 강한 ‘메이드 인 코리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의외의 세계 1위 제품들이 있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을 정도라는 매력과 효용성이 있는 제품이다. 야외에서도 손쉽게 데워 먹고 끓여 먹는 식문화가 있는 한국인의 필수품 휴대용 부탄가스가 대표적이다. 깜짝 놀랄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우리나라 부탄가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60% 수준이라고 하는데, 90%는 전 세계인이 거의 사용하는 생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부탄가스는 잘 알아도 이를 제조하는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대략적으로 업체를 나열하면 태양산업, 대륙제관, OJC 등이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전 세계 부탄가스 연간 소비량은 5~6억개 정도인데, 국산제품은 4억8000만개 정도라고 한다.

 

일본을 뛰어넘다

원래가 부탄가스의 종주국(?)은 일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탄’이라는 명칭 자체가 일본에서 유례했고 일본 제조사가 장악했던 시장이었다. 30년전까지는 그랬다고 한다. 1986~88년부터 상황이 급반전을 하면서 한국의 부탄가스 제조사들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바로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때문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급증하면서, 요식업 쪽의 창업 열기가 덩달아 올랐다고 한다. 아무래도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휴대용 부탄가스의 사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외국인들은 문화적인 충격도 받았다고 하는데, 식탁 위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르스타를 올려 놓고 간편하게 가열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해외에는 거의 없었기에 그랬다. 이후 각국으로 돌아간 방문객들이 한국에서 사용했던 부탄가스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저절로 1986~88년도가 부탄가스의 세계적인 홍보기간으로 발전됐던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1995년에 일본에서 있었던 자연참사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일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라서 일본 전역의 사회 기반시설이 모두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일본의 지진여파로 인해 당시 생필품이나 다름없는 휴대용 부탄가스의 수요가 엄청나게 폭증했다. 부탄가스 종주국이라 할 수 있던 일본이 한국에서 오히려 수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부탄가스 업계는 해외 수출이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안전성의 대명사로 변신

그런데 부탄가스라는 제품 자체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한 사례 중 하나다. 휴대용 부탄가스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폭발의 위험성이 늘 문제였다는 것이고, 실제로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뉴스 소식으로 이어졌었다. 그러다가 대륙제관의 박봉준 대표는 바로 이 위험성을 완벽하게 보완한다면, 혁신성을 갖춘 생활용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안전장치 개발을 위한 제조회사였던 대륙제관이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게 된다. 2008년에 세계 최초로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2011년에는 무려 700도가 넘는 상황 속에서도 터지지 않는 ‘맥스부탄’을 시판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대륙제관이 유통시킨 폭발방지 휴대용 부탄가스는 약 4억개에 달하는데도, 폭발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폭발 위험성의 대명사였던 부탄가스가 업체의 연구개발 끝에 가장 안전한 휴대용 연료가 된 것이다. 대륙제관의 안전장치 제품의 영향으로 국내 업계도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됐다. 앞서 언급했던 OJC라는 업체도 세계최초로 이중 안전장치가 부착한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한국 3강 구도로 신뢰성 확대

대륙제관, 태양산업, OJC 등 한국기업 3강 구도로 세계 휴대용 부탄가스 시장을 흔들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그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까? 답은 유효해 보인다. 단일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면,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날 때 시장의 파이를 뺏길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미 3강의 한국기업이 그 진영을 탄탄히 다지고 있기에 앞으로 오랫동안 이 시장의 강자는 누가 뭐래도 ‘메이드인 코리아’가 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 근거로 앞서 설명한 안전장치 개발 경쟁이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제조회사가 큰 돈을 들여 안전장치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는 독과점 시장에서는 역전의 빌미를 제3의 기업에게 줄 수도 있지만, 이미 휴대용 부탄가스 시장은 3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생산량, 브랜드, 유통점유율, 기술개발 등에서 매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간단해 보이는 제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폭발의 위험성이 항시 존재하는 한 소비자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기에 그렇다. 그 소비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신생기업이 만든 제품보다는 수십년 제조해 온 업체를 조금 더 믿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검증된 한국의 제품이라는 게 지금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세계 동전시장 주무르는 풍산

이밖에도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40여개국가에 소전(Coin Blank)를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있다. 바로 ‘풍산’이다. 소전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동전의 원판이라고 할 수 있다. 풍산의 주 사업은 방산업인데, 비철금속 쪽에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풍산은 1968년에 설립이 됐고 1970년에 정부로부터 주화용 소전업체로 선정된 뒤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된 모든 동전은 풍산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73년부터 대만에 소전을 수출하기 시작한 풍산은 1997년에는 미국과 호주 등까지 수출을 넓히게 된다. 1997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수출성과는 유로화의 원재료인 노르딕골드를 수출했다는 것인데, 이건 보통의 동전보다 만들기가 까다롭다. 금색에 가장 가까운 황금색을 띠기 위해 구리, 아연, 주석, 알루미늄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해 제작해야 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EU가 결성된 것은 1993년이었다. 정치적으로 분리됐으나 경제적으로 합치자는 것인데, 유로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노르딕골드를 개발한 곳은 필란드였는데, 대량생산이 안된 것이다. 심지어 동전은 많이 사용되기에 유럽 전역에 유통을 위해 양산화는 필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풍산이 갖은 미팅을 통해 유로화 동전 생산권을 따온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에는 의외로 세계시장 1위를 하는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이 어느 날 한순간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업력과 기술개발 그리고 세계시장에 대한 수출 도전 등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신화와 같은 기록들이 아닐까 싶다. 

 

- 김규민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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