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 명문장수기업을 키운다]동아연필 김학재 대표

▲ 동아연필 김학재 대표

동아연필은 국내에서 연필을 최초로 만든 기업이다. 1946년 교육사업 목적으로 동아연필을 설립했던 김노원 초대회장은 연필사업 시작 10년 후 학교재단인 동아학원을 설립해 애초 목표한 교육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구 기업으로 성장하며, 1960~70년대에는 국내 필기구 시장점유율 70%에 도달했다. 동아연필이 탄생하면서 수입 대체효과도 나타낸 셈이다.

동아연필은 기세를 몰아 1963년부터 수출기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1999년에는 중국에 ‘광저우 동아문구 유한회사’를 설립해 세계화의 전진기지 마련을 토대로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술 및 디자인 개발에 주력한 결과 현재 70여 개국 100여 개가 넘는 거래처를 두고 해마다 지속적인 수출 신장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전 세계 문구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동아연필이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중성펜 생산량의 65%를 세계로 수출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동아연필은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비한 원료 배합과 디자인으로 미국 기준의 무독성 인증인 AP 마크와 유럽 어린이 사용 안전기준인 EN71을 통과했다. 현재 지식재산권만 674건을 보유할 정도로 세계 수준의 필기구 제조 기술력을 갖게 됐다. 

김학재 동아연필 대표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동아연필은 국산원자재 조달 조세납부 등을 통해 지역 산업을 활성화했습니다. 정직한 유통구조와 소비자가격 표시제 및 무독성, 무해 제품 개발, 월드컵 관련 상품, 생산 유망기업 지정 등 국산 제품의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그 신뢰성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 제품 수출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직접 생산 방식으로 품질의 기틀을 세우다

동아연필은 품질로 일본과 독일을 넘어서야 했고, 가격으로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야 했다. 

“볼펜과 같은 문구 시장에는 독일의 파버카스텔, 일본의 파일로트 등 100~300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장수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기업과 경쟁하려면 오직 숙련된 근로자들이 쌓아온 품질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동아연필은 볼펜 몸체와 잉크·볼펜심·볼펜볼 등 모든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전문 업체에 의뢰해 공급받아 조립하면 생산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지만, 창업 이래로 직접 생산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경영 방침을 지키고자 합니다. 제조업의 기본은 ‘품질’이라는 것이죠. 브랜드로는 세계 일등이 아닐지 몰라도, 품질만은 최고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만든 제품으로 고객을 속일 수는 없다. 이러한 고집으로 좋은 품질, 안정된 유통구조, 정확한 납기 준수를 꼼꼼히 이뤄낸 동아연필은 2018년 기준 292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중성펜 등 주력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무려 60%에 달한다.

또한 동아연필은 70여 년 동안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없고 노조 설립 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 없이 노사화합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점은 분명 기술력 증진에 도움이 됐다.

 

시대의 속도와 요구에 맞춰 변화한다

동아연필은 2000년대 초반 일본 파일로트 등 일부 기업만 가진 0.3mm의 초소형 볼펜볼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심을 거꾸로 세워도 잉크가 흘러내리지 않는 ‘역류 방지 기술’, 사용할 때만 잉크가 흘러나오게 조절하는 ‘U 스프링’ 등 세계 문구 시장에 손꼽히는 첨단 기술을 모두 직접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한 특허 기술만 60여 개에 달한다. 130여 명의 직원 중 20여 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다시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연필, 볼펜 등과 같은 필기구를 만드는 곳이 2015년 기준으로 8곳만 남아 있다. 취약한 내수 시장에 좋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 높은 외국 브랜드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니, 경쟁을 위해선 신제품 개발에 힘쓸 수밖에 없다. 

한편 동아연필은 필기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활용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IT 기기가 볼펜, 연필 등을 대신하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 변화가 더욱 필요했다.

김 대표는 “시대가 변해도 필기구는 인간과 영원히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동아연필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생존 전략을 수립해갈 것”이라 말했다. 

다행히 최근 젊은 층이 손 글씨, 캘리그라피 등을 배우면서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동아연필에게는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러한 손 글씨, 캘리그라피 등의 유행으로 온라인 마켓에서 문구류 판매율이 늘었고, 특히 만년필의 경우 지난해대비 19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연필 집안의 외아들, 더 좋은 연필만을 생각하다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읽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가업을 잇는 다음 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4대를 맞는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현대정보기술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요청에 1988년 서울 직장 생활을 접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어려서부터 지켜봤던 연필공장은 내가 언젠가는 일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연필을 만드는 집안이었으니 내 삶의 일부기도 했구요. 어려서부터 친구들이 우리 연필을 쓰는지 가슴 졸이며 봤습니다. 연필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으니 더 좋은 필기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아연필에 과장으로 입사한 김 대표는 아버지의 가르침인 “제조업의 생명은 기술과 품질”이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겼다. 그의 첫 업무는 시장조사였다. 능력 없는 후계자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 현장에 나가 고객과 업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고민했다. 2004년 대표 취임 후에도 품질 제일의 경영철학과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개발에 주력했다. 

“기업이 장수하려면 일단 한 우물을 파야 합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와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시도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성장해 갈 때도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술과 품질에 승부를 건다면 장수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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