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 자신을 성찰케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엘리트 집단이 결정하는 한나라의 정책결정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때가 종종 있다.
태평양전쟁을 치른 일본은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패전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감행했고 97년 여름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펀드멘탈 운운하다가 IMF 관리체제를 초래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 밖의 판단은 한국의 경제관료가 무지하거나 우수한 국책 연구기관이 없어서도 아니다.

가계부채, 경기 악순환 불러

지금 우리는 8.8%에 달한 청년실업자가 있어도 40만명의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고 수출은 늘어도 국내 경기는 불황을 겪는 괴리를 겪고 있으며 정책 당국이 선택한 현실인식 방법론과 정책 선택에 대해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 자본이 50%를 차지한 대기업 상장회사에 수출과 부가가치가 집중되고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에 원료를 비싸게 팔고 부품과 하도급은 싸게 발주, 수출해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대기업의 인건비 수준은 중소기업의 2배가 넘지만 중소기업은 외국 제품에 국내시장을 내주고 과당경쟁으로 이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수는 96,241개에서 104,406개로 증가했고 부가가치는 82조3천억원에서 112조7천억원, 업체당 부가가치는 8억5천5백만원에서 10억8천만원으로 늘어났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기기에 급급해 인건비 인상이나 생산시설 투자여력이 부족으로 시장으로부터 노동력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일수록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났고 개성공단에 희망을 걸고 있다.
경기가 위축된 원인중 하나로 우선 수요부진을 꼽을 수 있다. 가계 부채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촉발된 수요부진은 외국제품에 시장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판매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다시 투자여력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부문의 구매력 약화는 지난 2002년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과도한 신용카드 발행과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과 실업률 상승에 따른다.
정부는 실업해소를 위해 2008년까지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지만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경영의 효율화를 넘어서고 있다.
기업에 돈을 주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을 확대한다지만 치열한 국내외 시장경쟁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신도시 50개 건설, 여성출산 장려, 소외계층의 복지확충, 신 행정수도 및 미군기지 이전, 회수 부진한 공적자금, 늘어가는 외평채, 4대 연기금 적자, FTA 대책 등 추가 소요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재정수입은 그렇게 무한대인가 궁금하다.

국내투자 유도정책 마련을

1980년대 미국은 국제수지적자를 일본과 독일의 재정긴축 때문이라고 하며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4천억달러에 달한 대미 무역적자 속에 IMF의 재정적자 확대 요청은 70년대 미국의 일본과 독일에 대한 주장과 대비되고 있다.
결국 오늘의 국내 경기침체와 실업 문제는 경제원리에 따라 시장 기구에서 해결해야하며 우리의 주요 수출상품의 55%에 달한 일본산 부품 중간재의 수입대체, 신기술의 산업화, 고용효과가 큰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회복 및 해외이전을 추진중인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이뤄지도록 정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양보희
인천시의회·의정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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