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규제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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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규제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19
  • 승인 2019.06.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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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영(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마침내 6000개를 넘어섰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실시한 ‘2018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6052개 브랜드가 정보공개서를 등록,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또 가맹본부는 4882개, 가맹점은 24만3454개로 조사됐다. 2013년 대비 5년 만에 가맹본부는 1.64배, 브랜드는 1.27배가 늘어난 것이다. 인구 100만명 당 가맹본부 수가 미국은 7개사인데 한국은 70개사로 10배가 많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양적 성장을 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간의 갈등과 마찰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조정만도 2015년 522건에서 지난해 80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민·형사 소송과 자율 조정까지 포함된다면 분쟁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상 갈등은 모두에게 치명적 상처를 안긴다. ‘샴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한 몸 관계이기 때문이다. 유명 해외 피자브랜드를 제치고 한때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던 A기업이 대표적 사례다. ‘치즈와 포장박스’로 촉발된 분쟁은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누가 옳고 그른지 재판결과를 떠나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질 대로 망가지면서 분쟁기간 내내 본사는 연속적자를 겪고 있고, 가맹점은 매출급락으로 수십 개 점포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사업자와 사업자간의 계약으로 맺어진 사업특성상 분쟁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이로 인한 피해는 너무 막중하기 때문에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사전에 해소하고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분쟁은 현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접수 통계를 보면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4%, 2017년에는 31%가 늘어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원인과 배경이 있겠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정부의 입법규제가 갈등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2013년 미국 마케팅협회 학술지인<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발표된 ‘정부규제 측면에서 본 프랜차이즈 관계의 갈등관리와 결과’라는 논문에는 미국 내 여러주에 걸쳐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분쟁을 조사한 결과 민사계약이나 정보공개서 등록(Regislation Law)이 의무화로 기본 뼈대를 체계화해 법 테두리를 명확히 하는 주보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관계법률(Relation-ship Law)을 기반으로 해 활동 범위를 불분명하게 제약하고,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주에서 더욱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고 시사하고 있다. 

유사한 추이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도별 가맹사업법 분쟁 건수와 가맹사업법 개정 시기를 비교분석해보면 정부의 가맹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분쟁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가맹사업법 제정 이후 일정한 건수를 유지하던 분쟁조정건수는 가맹계약갱신 요구권, 배타적 영업지역권이 생긴 2007년, 각종 위임규제가 강화된 2010년, 광고판촉비 규제 등이 생긴 2016년 등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분쟁과 규제와의 상관관계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분쟁 건수의 30% 이상은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저수준의 갈등으로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중국 대철학자 노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무위’로 대표되는 도가의 정치 철학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구절로 한꺼번에 제도나 법령을 확 바꿔버리거나 시시콜콜 국민 삶을 간섭하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 박기영(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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