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30돌 맞는 동갑내기 생보사들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최근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3중고가 심화되면서 생명보험회사들이 먹거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침과 도약이 거듭되는 한국경제 안에서 30년을 버티며 지속성장을 이뤄낸 생보사들도 많습니다. 특히 올해 30주년을 맞는 동갑내기 생보사들이 4곳이나 있다고 합니다. 

지난 1989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동안 4곳이 탄생했는데요. 바로 ‘DB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입니다. 왜 이 시기에 국내 및 해외 생보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을까요. 등장 배경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국내 생명보험시장을 개방한 시기와 맞물린 때였죠.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1983년에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한국에 온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를 때는 해당 방문국가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여럿 있을 겁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보험사가 한국 보험시장에 추가 진출할 수 있게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 뒤 1985년에 미국 생명보험사의 한국시장 진출 요청이 정식으로 제기됐습니다.

원래가 한국의 생보시장은 추가 신설이 어려운 시장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너무 좁고, 또 내국인을 상대하는 생명보험이기 때문에 해외 생보사에게 자리를 잘 내주지 않았던 겁니다.

아무튼 미국과 한국이 몇 년 동안 갑론을박을 하다가 1987년부터 한국시장이 개방이 된 겁니다. 그해 4월 라이나생명의 한국지사가 설립되며 개방의 물꼬가 트였고, 1989년에 들어서서 합작사와 현지법인 형태의 본격적인 생보시장이 개방된 거죠.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장이 개방됐지만 국내 보험업계도 이득이었습니다. 추가 설립에 명분을 얻게 된 겁니다. 지금은 없지만 1989년에는 대신생명, 태평양생명, 국민생명, 한덕생명, 한국생명 등이 마구 등장합니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다른 보험사로 인수합병되거나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1989년생 생보사 중에 지금까지 생존하며 30주년 생일을 맞은 곳이 4곳 뿐인 이유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갖은 시련을 버티며 지금까지 잘 성장해 온 거죠. 그러나 이들의 내부 형편은 각각 다릅니다.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수익감소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경쟁은 치열하고, 경기 침체로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가입률은 감소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해지 신청이 계속 늘어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대형 보험사들이야 이러한 위기를 버텨내기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DB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은 규모가 작은 중소형 보험사에 속합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래서인지 각 생보사별로 각개전투가 한창입니다. 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본사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시행되면서 위기관리 능력면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트라이프는 2015년 당기순이익이 686억원에서 지난해 1266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요. 영업이익률은 3.6%에서 6.23%로 확대됐습니다. 미국 본사 자산을 활용한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 자산운용 노하우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푸르덴셜생명도 보장성보험의 꽃이라고 하는 종신보험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기순이익이 2015년 1259억원에서 2018년 164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중입니다.

DB생명은 요즘 TV 광고를 많이 하고 있죠. 30주년을 기념해 ‘고객님의 백년을 보고 준비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외형을 키우기 보다는 내실 경영을 강조합니다. 특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동양생명도 2013년 동양그룹 사태까지 수많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 전투력으로 위기대응에 나서겠다는 각오입니다. 30주년을 맞은 생보사 4곳이 앞으로 30년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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