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주류 과세체계가 맥주와 막걸리(탁주)를 필두로 50여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시작한다. 가격 기준 과세 체제에서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종량세율은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된다.

정부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주류과세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이를 주세법과 교육세법 등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오는 9월초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 협의 모두발언에서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는 고품질 주류의 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고 수입 주류와 국산 주류 간 과세표준 차이로 과세 불형평성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여건이 성숙한 맥주와 탁주에 대해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주와 증류주, 약주와 청주,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맥주와 막걸리의 전환 효과 변화 등을 감안해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맥주에는 내년부터 리터당 830.3원의 주세가 붙게 된다. 최근 2년간 출고량과 주세액을 고려해 세수에 변동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해 주종에 따라 출고가격 기준 5〜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맥주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인 72%가 적용된다.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출고가격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국내 판매관리비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격 기준이어서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종량세 개편까지 이어졌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내년부터 주세와 교육세(주세액의 30%),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부담은 생맥주는 리터당 1260원으로 445원, 페트병 맥주는 리터당 1299원으로 39원, 병맥주는 리터당 1300원으로 23원 오르게 된다. 반면에 캔맥주의 세부담은 리터당 1343원으로 415원 감소한다.

정부는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 맥주 등 일부 맥주업계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맥주 세율을 2년간 리터당 830.3원에서 664.2원으로 20% 경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생맥주의 리터당 총 세부담은 현행 815원에서 1022원으로 207원 오르게 된다.

다만 현재 출고 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수제 맥주 업계는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막걸리(탁주)에는 내년부터 리터당 41.7원의 주세가 붙는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세율인 5%를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종가세 전환으로 막걸리에 국내 쌀 사용이 확대되는 등 고품질 국내산 원료 사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종량세율을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주류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 부담이 증가하는 종가세 유지 주종과 과세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설정하며, 물가연동제 최초 적용 시기는 2021년이 된다.

정부는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고용창출 효과와 신규 설비투자를 기대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수제 맥주 업계의 활성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이 확대되고, 국내 맥주 생산량 증가가 전후방 산업 분야의 고용창출과 신규 설비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고품질 맥주와 탁주의 개발로 주류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돼 후생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종량세 개편으로 맥주와 탁주 등 주종별 세부담 변화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개편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종량세 전환시 정부가 걷는 맥주세는 생맥주 세율 20% 경감 등에 따라 약 300억원, 탁주세는 6억원가량 각각 감소한다. 지난해 대비 감소폭은 맥주세는 1.9%, 탁주세는 3.0%다.

1968년 주세체계를 종가세로 전환한 우리나라는 52년 만에 종량세로 다시 전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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