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경(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와 미·중간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등 치열한 국가적 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차원의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첫 번째는 급격한 노동인구의 감소다. 한국은 고령인구 비율이 15%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이미 접어들었으며, 올해부터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마저 시작됐다. 이러한 고령화·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의 핵심문제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경쟁력 강화이다. 특히 각 산업에서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계층의 다양성과 참여도야말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 된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또한 고령화와 4차산업혁명을 슬기롭게 맞이할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의 해결책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즉 4차산업혁명은 기존 남성과 생산자 계층 중심 참여에서 소비자 중심과 여성, 학생, 노인, 농민, 어민 등 다양한 계층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본격적인 참여로 규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산업에 참여하는 계층적 다양성과 참여도가 4차산업혁명에서는 국가적, 산업적 경쟁력을 규정하는 주요한 핵심요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서비스나 제품이 특정 기능을 구현해주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머물렀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의 서비스나 제품은 소비자의 삶 자체를 구현해주는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생산과 소비에서 우리는 그동안 핵심적인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온 ‘여성’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의 섬세한 라이프스타일을 IoT로 구현하는 데 가장 이해도가 높은 계층은 여성이다. 

반대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여성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참여가 약한 산업이나 상품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소비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국가적 노동인구의 감소 속에서 생산과 소비에 다양한 계층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해결책은 이처럼 여성에 주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새로운 기회 속에서 여성인력의 ICT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양성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과학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취업매칭시스템, 실무교육, R&D사업, 멘토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IT여성기업인협회 또한 여대생과 여성 기업인이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한 팀을 이뤄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브와 ICT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ICT 분야 여성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여성 ICT 종사자 비율은 28.9%에 불과하며 여성 CEO 및 임원 비율은 9.5%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여성 공학도에게 참여와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성공적인 여성리더 롤모델이 우리나라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과 그렇기에 여성이 ICT 분야 핵심리더로 성장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알려준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AMD의 리사 수나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같은 많은 여성 CEO가 배출돼야 노동인구 감소와 4차산업혁명 경쟁력 강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ICT 여성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여성 ICT 리더의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ICT여성기업인협회가 신설한 ‘ICT 여성인재상’ 같은 게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둘째, 여대생과 여성 ICT 기업인, 스타트업과 여성 ICT 기업인이 서로 동기부여는 물론 성장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하는 ‘여성 ICT 정보교류 및 양성센터’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2019년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보다 혁신적인 ICT 여성리더 양성 정책을 기대해본다. 

 

- 전현경(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