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초고성능 타이어로 승부수, 브랜드 이미지 급상승

신개념‘방문 장착’으로 쾌속 질주

넥센타이어가 약진하고 있다. 수십 년간 달아온 ‘만년 3위’ 꼬리표를 떼고, 최근 국내 생산량 2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넥센타이어는 가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1분기 986만 개 타이어를 생산했다. 2위 금호타이어(930만 개)보다 56만 개 더 만들었다. 2017년까지만해도 양사간의 생산량은 연간 1000만개 이상 차이났다. 물론 넥센타이어가 뒤졌다. 그러던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170만개 정도로 격차를 줄이더니, 올 1분기는 금호타이어를 아예 추월했다. 연말까지 2위 자리를 굳히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발상 전략으로 세계 명차에 공급

넥센타이어가 성장한 건 멈추지 않는 강호찬 대표이사 부회장과 임직원들의 도전정신 덕분이다. 넥센타이어는 일찍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9년 부임한 강호찬 부회장은 국내에서 투 톱과 경쟁하는 대신 보다 넓은 시장을 찾아 나섰다. 후발주자의 현명한 선택이었고, 오너 경영인의 과감함도 한몫 했다. 강호찬 부회장은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넥센타이어는 진입 장벽이 낮은 일반 타이어 시장에 들어가는 대신 초고성능 타이어시장에 뛰어드는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성능을 중시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2012년 미쓰비시 랜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포르쉐 카이엔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갔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휠 크기와 속도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이 요구되는 고성능 제품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또한 초고성능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고수익 상품으로, 넥센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폭스바겐, 르노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신차용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80%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은 1조9840억 원이다.

강호찬 부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넥센, 제2 성장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난 몇년간 구축해오던 글로벌 4대 거점을 완성 짓고, 보다 조직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유럽과 미국 연구개발센터를 신축 확장한 데 이어 체코 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최근 서울 마곡에 중앙연구소를 개소했다. 이 4곳은 회사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넥센 4대 거점’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와 독일 켈크하임에 위치한 연구개발센터는 각각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마곡중앙연구소가 이들의 연구를 종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체코 자데츠 공장은 유럽의 전초 기지다. 2015년 착공에 들어간 체코 공장은 지난해 9월 시험 가동을 거쳐 올 5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1조원이 투자된 체코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간 300만 개이며, 향후 1200만 개 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체코 공장은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 프랑스 지역과 가깝다. 400km 반경에는 30여개 자동차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접근성이 향상되며,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국내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져가야해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현지 공장은 또다른 이점도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타이어 관련 단체나 협회 등에 가입이 가능해져, 넥센타이어 측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긴 셈이다.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와 파트너십

유럽은 넥센타이어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넥센타이어 전체 매출 중 25%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업황 회복이 관건이다. 지난해 9월 EU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신차 공급이 줄고 있다. 올 5월 기준 EU 28개 회원국에 신규 등록 차량은 139만 8913대. 지난해 5월에 비해 0.8% 증가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되며 소비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실제 1분기 동안 넥센타이어가 유럽 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전년 대비 10.8% 감소한 1073억원에 그쳤다. 넥센타이어가 1분기 실적을 유지할 수 있던 건 북미와 아시아 덕분이다. 1분기 북미 시장에선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6% 오른 133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2.4% 증가한 72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중장기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체코 공장 가동 초기에는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동률이 올라오면 높은 영업이익률이 가능할 것입니다.”

넥센타이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스포츠 마케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왔다.

국내에선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세계 무대에선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와 손 잡을 땐 우려도 많았다. 삼성, SK, LG, 롯데 등 대기업 구단주 사이에서 넥센타이어는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다른 타이어 업체들은 관련 산업인 모터스포츠에 집중 후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넥센 히어로즈 성적이 올라가며 넥센타이어 시장점유율도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후원한 맨체스터 시티 역시 최근 2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넥센타이어 브랜드를 알리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2017년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으로 슬리브 브랜딩 후원을 하고 있다. 슬리브 브랜딩은 선수 유니폼 소매 끝에 기업 로고를 노출하는 스폰서십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투자 유치로도 이어졌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가 넥센타이어에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 펀드의 부회장이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타이어 업체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중국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2781만대로 전년에 비해 4.2% 줄었다. 국내 타이어 업계 역시 2018년부터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넥센타이어는 방어능력이 돋보인다.

 

글로벌시장 침체에도 ‘나홀로 성장’

1분기 성적을 보자. 국내 타이어 3사 중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매출액은 48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85억원으로 51.6% 늘었다. 국내 3사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한 곳은 넥센타이어뿐이다. 1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경영정상화에 매진 중인 금호타이어는 영업손실과 매출액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다. 

강호찬 부회장은 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판매책을 강구하고 있다. 2015년 업계 최초로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선보인 넥센타이어는 올초 또다른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에게 찾아가 타이어를 직접 교체해주는 타이어 방문 장착 서비스다. 타이어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방문 장착 서비스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이른 시일 안에 전국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오프라인 대리점 수는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쳇말로 게임이 안된다. 하지만 방문 서비스가 먹히면 강호찬 부회장의 말처럼 ‘경쟁사들의 수많은 오프라인 대리점은 되레 짐’이 될 수 있다. 강호찬 부회장은 말한다. “제조업의 틀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타이어를 생산하는 제조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비스업입니다. 넥센타이어가 타이어 유통 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겠습니다.” 또한번의 유쾌한 역발상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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