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중소기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현행 시급 8350원으로 ‘최소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업계의 어려움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 20여명이 모여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3차례에 걸친 권역별 공청회와 현장 방문 조사에 이어 개최한 첫 회의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첫 심의에 참석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있어 사업주, 심지어 근로자까지 그 부담의 영향이 미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과도한 부담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돼 있고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도 어려운데 최저임금의 안정화를 통해 획기적이고 상징적인 시그널(신호)을 노동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지난 2년간 30%에 가까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대한 감내하고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렇지만 이제 더는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영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현재 8350원과 비교하면 2년간 인상률은 무려 29.1%가 폭등했다.

 

경제지표 고려없는 지속인상은 문제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이 ‘가파르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경제지표가 고려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였다. 생활과 밀접한 물가상승률의 4배가 넘고 임금 인상률의 2배가 넘도록 고율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2년 간의 급격한 인상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인상률이었다. 현재 시급 8350원은 주휴수당 포함시 1만원을 초과하는 1만20원 수준이다. 지급액을 월 단위로 환산(주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하면 174만5150원으로 전년 대비 17만1380원이 인상된 꼴이다. 여기에 4대 보험 등 법정비용을 포함하면 월 약42만원이 추가 인건비로 발생한다.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달 보고서인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에 따르면 최근 2년 및 5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요 경쟁국들 보다 약 3~10배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국제비교’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최저임금 인상은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GDP가 3만달러 이상인 15개국의 평균 인상률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8.9%였다. 30%에 육박하는 임금 인상이 얼마나 ‘가파른 상승’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에서 근로자 8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제과업체 대표는 “지난해 매장 2곳을 정리했고 조만간 1개도 추가로 정리할 예정”이라며 “급여인상으로 갑자기 4대 보험, 퇴직금, 특근수당이 인상되면서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업체가 실제로 지불해야 했던 인건비 부담은 약 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집약 업종 엑소더스 확산

경기도에서 근로자  7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인건비는 당연히 늘었고, 재료비도 늘었다”며 “재료공급처에서는 그곳의 인건비가 늘었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30% 올랐다고 해서 인건비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원가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은 만성적으로 심각한 수준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거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시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과 중소제조업에 일하는 임금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갈수록 중소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쇠퇴하게 되면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외시장에서 저임금 국가와 경쟁하는 업종 가운데 본래 이윤이 빠듯하며 기존에도 인건비 비중이 30~40%에 달하는 섬유, 봉제 등 노동집약적 업종은 급격한 인건비 인상으로 베트남,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근로자 60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섬유제조업체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 공임이 맞지 않아서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고 없는데 임금인상으로 국내에서 버티려고 해봐야 빚만 더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이 폭등하면 어쩔 수 없이 고용 축소로 대응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영세중소기업 최저임금 영향도 조사’를 살펴보면 영세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2017년 대비 올해 고용은 10.2%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21일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 자료’를 통해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는 실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축되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시 신규채용 축소(29.8%) 및 기존인력 감원(18.8%)으로 대응하겠다는 중소기업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쪼개기 알바 등 고용질 저하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중소기업이 신입채용을 기피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고용시장의 경직화를 만드는 원인으로도 작용 중이다.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채용시 업무에 바로 투입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채용 후 별도의 교육 등 시간적·물리적 비용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신입사원을 부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부분도 이러한 경력직 선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근로자 6명과 함께 자동차수리 사업을 하는 서울의 한 CEO는 “우리는 기술직원이 필요한 사업장으로 초보 인력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부대비용이 들어간다”며 “현재 최저임금을 초보인력에게 주면서 또한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신규인력을 아예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용업을 하는 강원도의 중소업체 대표는 “현재 근로자 4명도 기술을 가르쳐주면서 실습식으로 일해 왔는데, 갓 기술을 습득한 신입직원에게 200만원 가까운 임금을 맞춰주는 건 업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단순노무 업무로 인력의 대체가 용이한 업종에서는 주 15시간 등 쪼개기 알바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체들의 궁여지책이다. 

근로자 8명을 고용 중인 서울의 한 학원 대표는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가다보니 덩달아 주휴수당까지 같이 올라서 유급 주휴수당만으로 한 사람 파트타임월급이 나올 때도 있다”며 “그러다보니 선생님을 15시간 이하로 고용하게 됐고, 그로인해 학생관리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임금인상을 겪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폐업하는 것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영세업종 중소기업은 매출이 평균 14.0%, 영업이익이 평균 1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영세중소기업 최저임금 영향도 조사’ 결과다.

서울에서 근로자 5명을 고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한 CEO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모든 물가가 다 올라서 원자재 가격도 평균 15% 이상 치솟았다”며 “임금상승분과 원자재 인상분을 고스란히 업주가 부담하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폐업을 고민하는 해당 CEO는 “근처 식당들도 거의 다 매물로 나왔으며 현재는 권리금 없는 가게만 나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를 이어 하는 식당도 몇 십 년간 운영했던 식당들도 다 문 닫고 있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라며 “우리도 올해 연말이면 문 닫을 것 같다”고 팍팍한 심정을 표출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하지만 결론이 안날 경우, 7월 중순까지 연장해 최종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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