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일·고급화’고수, 패션 불황 속 ‘매출 1조 클럽’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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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일·고급화’고수, 패션 불황 속 ‘매출 1조 클럽’등극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22
  • 승인 2019.07.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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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김형종 한섬 사장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한섬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부문 계열사입니다. 요즘 한섬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한섬의 메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타임, 시스템, 마인 등을 앞세워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경기침체가 오래 이어질수록 패션업계와 같이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은 불황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장사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죠.

불황 속 성장을 만들어낸 사람은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입니다. 김형종 사장은 한섬을 인수했던 당시보다 2배나 실적을 성장시켜 매출 1조원에 올려놓은 주인공입니다. 지난해 한섬 영업이익은 920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67.3%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7% 증가한 1조299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 1조 클럽’은 기업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기록입니다. 특히 패션업계가 말이지요.

한섬 실적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원동력에는 김형종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그는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 서울 목동점장, 상품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리고 한섬을 인수합병하게 된 시점인 2012년 부사장을 맡아 한섬 창업주인 정재봉 당시 사장과 함께 시장 안착에 힘을 썼습니다. 그러다 1년 뒤인 2013년에는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됩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업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과연?’이라는 물음표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한섬을 인수하기 위해 한섬 창업주 일가 지분 34.6%를 무려 4200억원에 인수를 해야 했습니다. 

경영계에서 흔히 말하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데요. 당시에도 패션업계는 불황이었는데, 무리하게 수천억원을 들여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전략일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한 이후 몇 년은 부진을 이어갔습니다. 인수 직전인 2011년 한섬 매출은 5088억원이었는데요. 인수 후 2012년 4964억원, 2013년 4708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니까 김형종 사장은 큰 돈을 들여 인수한 회사가 가장 성적이 안나오는 2013년에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겁니다. 김 사장의 최대 목표는 실적 회복이었겠죠. 그래서 먼저 브랜드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효율성 측면에서 브랜드 효과가 떨어지는 지미추, 끌로에, 벨스타프, 일레븐티 등 10여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그 대신에 타임, 시스템, 마인 등 그간 시장에 잘 먹히던 브랜드에 집중 투자를 한 겁니다. 타임은 연매출만 2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1위 여성복 브랜드인데요. 타임 브랜드에 소속된 디자이너만 50여명으로 한섬 내 최대 규모였습니다. 김 사장은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재킷과 팬츠에 함께 입을 수 있는 원피스와 스커트, 니트, 셔츠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마인 등도 각각 매출 1000억원을 고수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실현합니다. 이때 그가 선택한 것은 인적자원의 영입이었는데요. 경쟁사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 등에서 전문인력을 스카웃했습니다. 내부 체질개선과 그에 따른 투자결정이 절묘하게 이뤄지기 시작한 겁니다.

한섬에는 특징적인 마케팅이 있습니다. 김형종 사장은 ‘노세일, 고급화’를 고집합니다. 고급 브랜드를 지향한 겁니다. 노세일 전략은 보통 백화점에 한정돼 진행되기 마련인데요. 한섬은 이러한 전략을 온라인몰에도 적용했습니다. 

한섬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더한섬닷컴’입니다. 지난 2015년 오픈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세일을 한 적이 없는 걸로 유명하죠. 30~50대 고소득층 여성 타깃으로 한 ‘노세일’ 정책은 적중을 합니다. 더한섬닷컴 매출은 2016년 220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1000억원을 돌파도 머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형종 사장은 디자이너 중심의 회사를 꿈꿨습니다. 우수한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데도 힘을 썼는데요. 한섬 임직원 1000여명 가운데 50%가 디자이너 관련 전문직들입니다. 이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특히 브랜드별로 디자인실이 따로 있고 상품기획, 마케팅이 세분화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 사장은 패션에 대해 뭘 좀 아는 ‘아트 CEO’가 아닐까요. 김 사장은 이제 한국 넘버원의 지위를 넘어 세계시장 도전만 남았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그의 경영능력이 빛을 발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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