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동삼거리 벽화

자동차로 즐기는 4색 섬 여행
경제 살리고 휴가 즐기고일석이조 ‘여름사냥’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로 국내 관광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휴가철, 해외여행으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국내 관광지의 중소상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6일 제주리더스포럼에서 국내휴가 보내기 등 서민경제살리기 캠페인에 나섰다. <중소기업뉴스>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여름 휴가지를 엄선해 ‘국내에서 휴가보내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라면 전남 신안의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과거 네 섬에 닿으려면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배로 25분쯤 가야 했지만, 이제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하다.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가 모두 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천사대교에는 공사비 5814억 원이 투입됐다. 총 길이 10.8km, 너비 11.5m인 왕복 2차로 다리가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다. 현수교와 사장교를 합친 외관이 시선을 끈다. 현수교는 양쪽 교각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다리 상판을 연결하는 구조로, 영종대교가 대표적이다. 

높은 교각 양쪽에서 케이블을 내려 다리를 지탱하는 사장교는 인천대교를 떠올리면 된다. 천사대교는 국내 다리 중 유일하게 현수교와 사장교를 함께 적용했는데, 이는 바닷물의 흐름과 수심, 선박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한 결과다. 바다 위 10.8km를 가로지르는 도로 중 교량 구간은 7.2km. 인천대교와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길다. 주탑(195m)은 천사대교 상징물로, 마름모꼴인 신안의 지형을 본떠 다이아몬드제도를 형상화했다. 천사대교는 2010년 9월부터 공사 기간만 10년 가까이 걸렸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서 붙은 이름이다. 얼마나 척박한 섬인지 알 수 있다. 섬은 마명방조제를 쌓으며 옥토로 변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농민이 소작농으로 전락했고 일제강점기인 1923년 소작쟁의가 일어났다. 

소작인 400~500명이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을 점거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지주에게 7할이 넘는 소작료를 지불하던 소작인들이 논은 4할, 밭은 3할로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지주를 굴복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1997년 단고리 장고마을 초입에 세워진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에는 소작쟁의를 일으킨 지역 농민 43명의 이름과 소설 <암태도>를 쓴 송기숙 작가의 글이 음각됐다. 2003년 8월에는 소작쟁의를 주도한 서태석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신안암태도송곡리매향비(전남기념물 223호)도 유명하다. 매향비는 해안 지역에서 보이는 미륵 신앙 유적이다. 바닷가에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나타난다고 한다. 장고리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 매향비는 1405년에 세웠다.

천사대교가 개통하며 기동삼거리에 있는 벽화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자은면과 팔금면, 안좌면이 갈라지는 기동삼거리 조그만 농약사 담벼락에 애기동백나무가 고개를 내민다. 이 나무를 머리 삼아 환하게 웃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졌다. 처음에는 할머니 얼굴을 그렸는데, 서운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해들은 신안군이 애기동백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부부 벽화가 탄생했다. 이 벽화를 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자은도, 왼쪽으로 가면 팔금도와 안좌도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새 여덟 마리가 모여 있는 듯한 팔금도는 천사대교를 건너 만나는 네 섬 가운데 가장 작다. 인구도 가장 적다. 섬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이 섬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읍동리에 있는 신안 김환기 고택(국가민속문화재 251호)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백은 안좌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년 미국 뉴욕에 살던 김 화백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전문)

 

고국과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운 그는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며 하나씩 점을 찍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고택은 1910년 김 화백 아버지가 백두산에서 가져온 나무로 기품 있게 지었다. 고택 건너편 마을에는 김 화백의 그림이 벽화로 그려졌다.

안좌도의 또 다른 명물은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다. 박지도에서 목포까지 걸어가는 것이 소망이던 김매금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나무다리다.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라 불린다.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네 섬 가운데 여행객이 가장 많은 자은도다. 섬 이름은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장군을 따라온 장수 두사춘이 작전에 실패하자, 처형될 것이 두려워 자은도로 숨어들었다. 다행히 생명을 건져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자은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분계해수욕장이다. 해안 길이 약 1km에 모래밭의 경사가 완만하고, 화장실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 여름이면 가족 여행객으로 붐빈다. 

해변에는 수령이 족히 200년은 넘었을 소나무가 빼곡하다. 2010년 시민 단체 생명의 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수욕장에서 소뿔섬이 보인다. 소머리에 뿔 두 개가 솟구친 모양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자은도 맨 아래 있는 백길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유독 하얗다. 규사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신성, 양산, 내치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 9곳이 섬 곳곳에 있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피서를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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