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상 3개 품목 재고 수개월 수준…"당장 생산차질 없을 것"

[중소기업뉴스=이준상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파장이 글로벌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시장에서 삼성, SK, LG 등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소재 조달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는 연쇄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서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관련 발표가 나온 이후 해외 전자제품 생산업체들은 비공식적으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에 "실제로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문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경우 스마트폰과 PC, TV는 물론 자동차, 의료기기, 서버 등 전세계 IT 관련 분야가 모두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상징적으로 미국 애플의 아이폰과 델의 PC, 일본 소니의 TV 등도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한국에 소규모 지진만 나도 해외 기업들이 부품 조달 차질을 우려한다"면서 "각국의 현지법인 등을 통해 이런 문의가 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일본이 소재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게 아니라 절차를 강화한 것인 데다 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의 재고도 수개월 분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고객사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서 "실제로 단기적으로는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일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수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으로서는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내에서도 극우보수 진영을 제외하고는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고, 해당 소재 생산업체들의 글로벌 신뢰도도 손상을 입은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는 상태에서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