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무위(無爲)의 철학’이라고 한다. 자연이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세상이 조화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사람들의 다스림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주장은 역설적이다. 다스림 역시 무엇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을 한 마디로 집약한 문장이 <도덕경> 37장에 실려 있다.

“도란 늘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하지 못함이 없다. 만약 제왕이 이를 지킬 수 있다면 천하 만물이 저절로 생육할 것이다(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이 문장을 보면 노자는 제후와 왕, 즉 최고지도자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제왕은 일일이 관여하고 나서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백성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나라일수록 더 잘 다스려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도덕경> 60장에는 지도자의 구체적인 통치의 방법 역시 비유를 통해 말해준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해야 한다(治大國若烹小鮮).” 

생선을 삶을 때 조바심을 내게 되면 자주 뚜껑을 열어보게 된다.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 이리저리 뒤적여 본다면 그 생선은 남아나지 않는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으스러져서 볼썽사납게 되는 것이다. 모양도 나지 않고 먹을 것도 없게 된다. 당연히 맛도 없을 것이다.

조직을 다스리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원리다. 만약 지도자가 이일 저일에 관여하고 사사건건 의견을 제시한다면 유능한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설사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의식을 하게 되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위가 높다는 것은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증거가 아니다. 매사를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다. 유능한 지도자는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고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겸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든다. 이어지는 61장에 실려 있다.

“큰 나라는 하류에 처한다. 그래야 천하의 모든 사람이 모여든다. 마치 천하를 품는 어머니와 같다(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흔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높고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대접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노자는 큰 사람일수록 스스로 낮춘다고 말한다. 높은 상류에 임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낮은 하류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요구하거나 취해서가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자발적인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보면 노자가 말하는 지도자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감성의 리더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부하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준다. 과실을 독점하지 않고 공정하게 나눈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배려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섬기며, 스스로 높이기보다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높임을 받는다.

오늘날 새겨봐야 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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