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영진 한독 회장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새로운 유형의 M&A 한 건이 성사됐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제넥신과 툴젠인데요. 지난 1일 ‘제넥신-툴젠 통합법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통합법인 회사 이름인 ‘툴제넥신’에 대한 플랜을 제시했습니다.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는 제넥신이며, 소멸되는 회사는 툴젠입니다.

이번 합병이 왜 새로운 유형의 결합이냐면, M&A하면 흔히 외형 확대나 사업다각화를 위한 M&A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도된 결합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기업인 제넥신이 유전자 교정기술을 보유한 기업 툴젠을 흡수한 형태인데,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보기 드문 혁신적인 기술도입을 위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제넥신의 DNA 치료백신 기술이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정보를 제거하거나 외부 유전자를 정해진 위치에 삽입해 몸속 유전정보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툴젠은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유전자가위 업체라고 합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연구에서만 머물러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치료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간 업계에서는 외형과 사업다각화를 위한 M&A가 계속돼 왔습니다. 녹십자셀은 녹십자가 지난 2012년 바이오기업 ‘이노셀’을 150억원에 사들이며 탄생한 것이고, 같은 해 한독 역시 제넥신을 330억원에 인수해 외연을 넓혔습니다.

바이오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거꾸로 제약사인 화일약품을 2013년 8월 468억원에 인수해 외형 확장에 나섰고, 유한양행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2014년 영양수액업체 엠지를 사들였습니다. 지난 2015년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를 1046억원에 인수했죠. 업계에서 말하는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겁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제약업계 최대 빅딜을 기록했는데요. 이 역시 덩치를 키운 합병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업 간 R&D 역량을 결합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는 찾아보기 어려웠죠. 제넥신의 경우 HCV DNA 백신 개발을 실패한 이후 혁신적인 유전자치료제 및 DNA 백신 파이프라인 개발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신규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툴젠은 제넥신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M&A가 성사된 겁니다. 앞으로 툴제넥신은 면역치료제, 유전자백신 기술에 선도적인 유전자 교정 원천기술을 융합해 면역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제넥신이 툴젠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데에는 김영진 한독 회장이 숨은 주역입니다. 김영진 회장은 제넥신을 인수하기 전부터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오다 2012년 ‘지속형 성장호르몬제(GX-H9)’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후 2014년 한독이 제넥신 최대 주주로 올라선 거죠. 

김 회장의 주된 경영전략은 ‘오픈이노베이션’입니다. 지난 1월 한독과 제넥신은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레졸루트(Rezolute)의 지분 54%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섭니다. 레졸루트는 대사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인데요. 앞서 언급한 한독과 제넥신의 지속형 성장호르몬과 연결이 됩니다. 레졸루트의 치료제는 미국, 유럽 임상진행을 앞두고 있죠.

또 지난 2016년 한독은 211억원을 투자해 일본 기능성 원료회사인 테라벨류즈를 사들였습니다. 이 회사는 2014년에 숙취해소제 ‘레디큐’를 선보여 공전의 히트를 친 곳입니다. 한독은 제넥신을 비롯해 9개의 바이오·의료기기 등 업체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김영진 회장은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한독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 정점으로 김 회장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울 마곡에 새로운 연구소를 세우려고 합니다. 한독의 기존 제품개발연구소와 신약바이오연구소가 이전을 하고 제넥신의 본사와 연구소가 모두 모이는 겁니다. 이렇게 기술집약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중심인 제넥신과 툴젠의 자금 조달도 강화될 조짐입니다. 

제넥신은 코스닥에 등록돼 있고, 툴젠은 코넥스에 상장돼 있는 가운데 제넥신이 흡수합병을 했기 때문에 툴젠의 연구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수월해 보입니다. 이렇게 기업가치도 올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는 한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올해 하반기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해 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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